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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속에서 춤추다

(10) 현실은 우리의 마음이 투영된 거대한 디스플레이다

by 현덕

우리의 의식도 물질과 마찬가지로 매 순간 생멸이 반복되는 과정이다

과학자들은 의식은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이 방금 전의 의식은 사라지고 새로운 의식이 새롭게 생겨나는 영원한 변화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뇌는 방금 우리가 인식했던 기억을 지금 현재의 나로 착각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매 순간 새로운 의식 즉, 새로운 내가 창조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남들이 웃을 때 울면서 태어났고, 남들이 울 때 웃으면서 떠난다"

-어느 유쾌한 지인-



방금 전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다

우리의 의식은 매 순간 죽었다 살았다를 반복한다

애리조나대학의 의식 연구소장인 스튜어트 해머로프박사는 의식은 양자역학의 신비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뇌의 뉴런에 존재하는 미세소관은 세포의 신경계와 순환계 역할을 수행하고 재료를 수송하여 세포의 모양과 움직임을 조직한다





그리고 컴퓨터처럼 정보처리와 커뮤니케이션을 작동하는데 이러한 미세소관들이 1초에 약 40번씩 자연스럽게 붕괴됨으로써 ‘의식의 순간’이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이것은 양자역학에서 사람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양자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순간 양자가 인간의 의도에 반응하여 순간적으로 파동의 상태가 붕괴되면서 구체적인 어떤 형태를 띤 입자로 변하는 것과 비슷하다

즉. 우리의 의식은 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순간들의 연속이다



말하자면 의식은 시공간의 톱니바퀴 같은 것이며 지금 이 순간순간 의식이 사라졌다 생겼다를 반복하는 지금 이 순간의 연속인 것이다

지금지금지금이 계속된다는 뜻이다

영원히 불변하는 불멸의 의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텅 빈 공의 상태에서 마음이 팥죽처럼 끊임없이 나왔다 사라졌다 하듯이 모든 것은 무상으로 변한다

'공즉시색 색즉시공'이다



엄밀한 의미로 생멸이 없다

궁극적으로 오직 변화하며 현존할 뿐이다

즉, 우리는 매 순간 진정으로 살아있으며 이것이 바로 영원함의 다른 의미이다

우리는 매 순간 난생처음의 삶을 산다

단 한순간도 똑같은 삶을 산 적도 없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전체 톱니바퀴 하나는 큰 의미가 없다

한순간 멈추어버리면 죽음이다

순간순간 의식의 스위치가 켜졌다 꺼졌다 하듯이 큰 틀에서 의식도 깊은 잠을 통해 잠시 쉬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에 대한 애착이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 없이 지금 이 순간 늘 새로움을 창조하며 그 과정을 누리며 감사하며 살면 된다



그 살아가는 삶의 내용이 어떤 것이 든 간에 구름이 끼었다 가고 비바람이 왔다 가듯이 자연스러운 변화의 과정만 있을 뿐 의미 없는 어느 한순간도 없다

이것은 또한 우리들에게 나이가 문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나이도 결국 우리들 스스를 구속하고 제약하는 시간표로 꼬아진 포승줄일 뿐이다

우리는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이 시간이라는 인식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도 결국 우리의 육체적인 한계를 넘어 우리의 의식 더 나아가서는 우리의 영혼의 문제와 연결된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관적으로 볼 때 시간은 흐르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항상 이 자리에 있었으며 매 순간 다양한 경험만이 생겼다 사라질 뿐이다





나이가 들면서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늙어간다는 생각 때문에 나이가 든다

이는 늙어가도 마음만 젊다면 나이는 의미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는 우리들 스스로 자기 자신만의 시간을 창조하면서 산다

단 한순간도 똑같은 삶을 살지 않았는데 우리는 매번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따분하고 권태로운 삶을 살다 죽는 허무한 인생쯤으로 한정시켜 버린다



왜냐하면 우리의 뇌는 방금 전 의식이 남겨놓은 기억을 지금 현재의 나로 착각하며 과거의 나와 지금 현재의 나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의 나와 지금 현재의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심지어 세포마저도 완전히 새롭게 바뀌어져 있는 상태이다

어릴 때의 나와 지금의 나와 단 하나라도 똑같은 것이 있는가



우리는 매 순간 새롭게 태어나고 새로운 나로 살아가는 영원한 존재이다

여기에는 권태도 지루함도 허무도 고통도 없다

단지 다양한 경험만이 있을 뿐이고 우리는 그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며 늘 새롭게 펼쳐지는 삶의 다채로운 변화를 누리고 즐기는 과정에 있을 뿐이다

그 경험이 비구름이었든 먹구름이었든 새하얀 솜털구름이었든 그런 경험들은 똑같이 반복되거나 지속되지 않으며 늘 새로운 경험이 창조되며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배우고 성장할 뿐이다





우리들은 태어남과 동시에 우리들을 둘러싼 세월이라는 포승줄에 갇힌 채 그곳에서 펼쳐지는 온갖 희로애락에 울고 웃으며 휘둘려 살다 한순간의 흔적만 남긴 채 사라지는 그런 허무한 존재였던가?

아니다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다

시간의 흘러감에 마음을 홀리지 말고 매 순간 새롭게 펼쳐지는 지금 이 순간의 현존감과 경이로움에 감사하며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세월이라는 감옥 속에 나 스스로를 가둘 것인가 아니면 영원한 원래의 내 모습대로 살 것인가는 오직 한 끗 차이의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지금 이 순간만이 참이요 실재이며 지금 이 순간 속에 영원이 함축되어 있음을 자각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방황하지 않을 것이며 달리지 않을 것이며 허무해하지 않고 안식하며 쉴 수 있을 것이다

비로소 내 집에 도착했으며 우리는 그냥 두 팔 벌려 맞이하면 된다



그 속에서 펼쳐지는 삶의 다양한 경험들은 우리들이 생생히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 줄 것이며 그것으로부터 배우고 성장한 나의 영혼은 대우주의 리듬을 따라 우주적 진화의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먹구름이 오면 그 속에서, 비구름이 오면 그 속에서, 푸른 하늘이 비추면 또 그 속에서 때로는 울면서 때로는 웃으면서 경험할 뿐이다

그리고 배우며 성장해 가는 것이다

피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언제나 푸른 하늘 아래 있다면 그 푸른 하늘의 찬란함을 느낄 수 있을까?

과거의 지나간 상처와 고통 그리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속에 나를 방치해 놓지 말자

인생은 한 편의 긴 꿈과 같으며 꿈은 깨고 나면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그렇게 심각할 필요가 있는가?

인생은 한바탕 잘 놀다 오는 것이라 했다



어느 평범한 분이 말했다

“우리는 남들이 웃을 때 울면서 태어났고 남들이 울 때 웃으면서 떠난다”

나고 죽는 것 또한 순간적인 의식의 생멸의 과정과 뭐가 다른가

모든 것은 지금 이 순간 생생히 살아 있으며 느끼며 누리면서 숨 쉬고 있으면 그것이 바로 영원한 삶이 아니겠는가



방금 전의 나를 되돌아보며 한 발자국이라도 더 나은 내가 되려고 노력하며 순간순간을 느끼며 누리며 살 수만 있다면 나의 영혼은 언제나 우주의 근원과 함께할 것이며 우주와 동조된 그 길에는 어떠한 방해도 없을 것이다

조급할 것도 서두를 것도 욕심낼 것도 두려울 것도 없다

그냥 이 순간 생생히 살아있으면 된다





흔히 우리는 진리란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고이고 썩는다

무한한 가능성, 무한한 모름, 무한한 살아 있음, 무한한 창조, 무한한 변화만이 진리다

흔히 사람은 고쳐 쓸 수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 말처럼 무책임하고 하찮은 말은 없을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이미 죽은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변화를 통해 발전해 간다

시간이 우리에게 주는 유일한 의미는 변화이다

지금 이 순간 새로운 삶을 산다는 것은 바로 영원한 삶을 산다는 의미와도 같다

어차피 잠깐 실수를 했다 하더라도 이미 그것은 과거가 되어버렸고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또다시 새로운 지금 이 순간이 존재하게 된다

바로 이 순간을 가장 경이로운 삶의 한 과정으로 여기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매 순간 새로운 삶을 살고 있고 이것이 바로 영원한 존재로서의 진정한 나이다

과거는 그냥 비춰 볼 뿐 랜즈라는 집착으로 들여다보며 필름으로 현상을 하면 그것은 이미 없어진 허상을 실제로 박제하는 행위이다

나는 원래 그런 놈이라고 스스로 낙인찍는 정말 한심한 생각이다





우리는 그저 매일매일 단 1mm라도 앞으로 나갈 수 있으면 되지 않겠는가

매사에 감사하고 긍정의 마음을 간직하며 지금보다 더 후퇴하거나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만 않는다면 작은 발자국 하나하나가 모여 어느 순간 지금보다 더 나은 새로운 현실이 반드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숙명은 바꿀 수 없지만 운명은 바꿀 수 있다

이 우주는, 그리고 이 현실은 우리들의 마음이 투영된 거대한 디스플레이다

인도의 ‘마하무드라의 노래’라는 시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현실은 거울 속의 나를 보는 것과 같다

우리는 거울 속의 나를 보며 그 속의 내 모습이 진짜 나인 것처럼 몰입하며 착각한다

그러나 거울은 나를 판단하지 않는다

감응하되 감각하지 않는다


과거가 없고 미래가 없으며 오직 지금 이 순간의 나의 모습만 비칠 뿐이다

후회도 없고 바람도 없으며 거울 속의 내 모습을 판단하지도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며 수용하고 보여줄 뿐 지금 이 순간 그 앞을 떠나가면 텅 빈 진공 무로 돌아간다

거울을 보고 괴로워하고 즐거워하는 것은 거울을 비추는 나이다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현실도 마찬가지이다


현실은 거울과 긷다

현실은 우리들의 마음을 투영하는 거울과 같다

현실은 우리들의 마음을 투영하는 삶의 거울이다

우리들의 마음이 즐겁다고 생각하면 즐거운 현실이 보일 것이고 괴롭다고 생각하며 바라보면 괴로운 모습이 투영될 것이다


거울을 바라보는 행위자 나 자신에 집중하면 거울 속의 내 모습과 현실 속의 나와의 구분이 어려워진다

거울 속의 내 모습이 진짜 내 모습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거울 속의 내 모습은 엄연히 허상이고 참이 아니다

우리는 관찰자로서 그 모습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거울을 바라보는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또 다른 나, 참나의 시선으로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거울 속의 내가 참 나가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가 있다

현실도 마찬가지이다

현실 속의 내가 참 나가 아닌 것은 그것은 내 마음이 만들어 놓은 허상을 실재라고 믿고 바라보며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내 안의 참나의 시선으로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관조할 필요가 있다’


* * * * *


어느새 브런치 북 연재를 시작한 지 벌써 10회 차가 되었다

그동안 아직은 한참 미숙한 이 글을 한결같이 읽어주시고 격려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제1권> ‘폭풍 속에서 춤추다’를 마무리짓고자 한다

후속 <제2권>부터는 본격적으로 '보이지 않는 우리의 마음과 정신세계'로의 긴 여정을 다룰 것이며 5월 첫 수요일부터 다시 연재를 시작할 예정이다

모두의 건강과 안녕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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