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by 마부자


오전 간단한 독서를 마치고 창밖을 보면 따스한 햇살이 창을 때리며 들여보내 달라고 아우성을 친다. 그러나 막상 창문을 열면 따스한 빛보다 먼저 싸늘한 바람이 방 안으로 달려든다. 빛과 바람이 엇갈리는 그 짧은 순간.


차가움이 먼저 스치고 나서야 햇살은 제 온기를 서재 깊숙이 밀어 넣는다. 그렇게 햇살과 바람이 섞인 공기가 내 공간을 여느 초여름 아침의 분위기로 바꿔 놓는다.


오늘은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자전거 대신 영상을 통해 한 권의 책을 만났다. 밥 프록터의 <부의 원리>였다. 그 책 속에서 오늘 나의 생각을 멈추게 한 문장이 있었다.


“마라톤을 하기로 마음 먹은 분들이 연습을 통해 완주의 경험을 합니다. 이를 본 많은 분들이 ‘마라톤 연습’이 원인이고, 완주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아닙니다. 마라톤을 해보겠다는 ‘의지’가 원인이고, ‘연습’이 결과인 것입니다. ‘완주’는 수많은 결과들이 모여 이뤄낸 결승선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것들에 앞선 의지가 없었다면, 어떤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와이 대저택 제공


의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과를 원인처럼 여기며 살아간다. 마라톤을 완주하고 싶다면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시간을 들이라고 말하고, 돈을 벌고 싶다면 일단 일을 시작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모든 문장 앞에는 말로 하지 않는 단 하나의 전제가 숨어 있다. “정말 그것을 하고 싶은가?”라는 물음이다.


의지는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욕망이 아니라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당기며 마침내 움직이게 하는 내면의 기세다.


바람을 먼저 맞아야만 햇살을 들일 수 있는 것처럼, 의지는 종종 불편하고 거친 감정을 수반한다.


‘하기로 결정하는 일’은 대부분 머뭇거림과 두려움, 의심과 마주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겠다'고 말하는 힘. 그것이 의지다.


의지가 생기면 연습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억지로 하는 연습은 오래가지 못하지만, 의지로부터 비롯된 연습은 지속되고 반복된다.


결국 그 연습들이 쌓이고 연결되어 하나의 경험이 된다. 우리는 그 경험을 보고 ‘완주’라 부르며 그 사람을 성공한 사람이라 말한다.


그러나 진짜 성공은 완주 자체가 아니라, 그 처음의 ‘결심’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잊는다.


나는 아내가 병상에 쓰러졌을 때 처음으로 ‘살려야겠다’는 단순하지만 절박한 의지를 품은 적이 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속에서도, 그 생각만은 나를 일으켜 세웠다.


병원에 매일 가는 일. 의사에게 끊임없이 묻는 일. 매 순간 지치지 않으려 애쓴 일. 그 모든 행동은 의지의 결과였다. 나는 그 경험으로 배웠다. 이제는 나를 위해 해야한다.


나는 지금 내 몸 안에 낯선 동거인과 만났다. 처음엔 두려움이었고, 그다음엔 분노였고, 이제는 담담한 수용이다.


어쩌면 받아들이는 일이 의지의 첫걸음인지도 모르겠다. 치료를 견디고, 검사 결과를 받아들이고, 흔들리지 않기 위해 애쓰는 이 모든 일들이 사실은 매일 아침 다시 다짐하는 ‘살아내겠다’는 한 줄의 의지에서 시작된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싸움이 아니다. 그냥 나 자신에게 약속한 거다. 쉽게 무너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져를 다짐으로 바꾼다. 삶의 방향을 바꾸는 힘은 행동이 아니라, 가장 먼저 결심하는 마음에서 온다는 것을.


의지는 일종의 불씨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내부에 불꽃을 품고 있는 상태. 그래서 의지는 종종 고요한 결단처럼 보인다.


누군가의 다짐은 밖에서 보기엔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결심 하나로 사람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금주를 결심한 사람, 운동을 다시 시작한 사람, 병을 이겨내리라고 다짐한 사람, 그들은 이미 다른 세계의 문턱에 서 있는 중이다. 그리고 난 그들 중에 한 사람이 되었다.


심리학에서는 의지를 자제력이나 자기통제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그것보다 더 깊고 개인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 내가 원하는 삶을 향해 내 두 발로 걸어가겠다는 각오. 그것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보내는 응답이다. “나는 나를 믿는다”는 선언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 햇살이 창을 두드렸을 때 나는 생각했다. 따스함을 기대하기 전에 싸늘한 공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바람을 견디고 나서야 햇살은 비로소 나를 감쌀 수 있다. 의지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처음부터 쉽지 않다. 하지만 의지를 품은 순간, 이미 방향은 정해진다. 연습은 따라오고 결과는 언젠가 다가온다. 그 시작점에는 언제나 말 없는 다짐 하나가 있다.


나는 오늘 ‘의지’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의지란, 묻지 않고 이겨내겠다고 매일 다짐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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