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념’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by 마부자


오전 첫 치료를 마치고 병실로 돌아와 하루의 일과를 시작했다. 독서를 하고 글을 정리하고 어제 소개했던 책의 영상의 뒷부분을 눈으로 귀로 읽어 내려갔다.


싸이먼 스킵의 <왓츠 유어 드림>. 어제 이 영상을 처음 보고 책의 내용이 너무 나에게 깊은 공감을 주어 바로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


성공은 전념의 결과다.
그래서 나는 해야 할 일에
나의 꿈에 전념한다.

이건 올인과는 조금 다르다.

전념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나는 계속간다’는 선택을 반복하는 것이다.

정말 단순하다.
그냥 계속하는 것이다.”

하와이 대저택 제공


전념.

이 문장을 읽으며 희망이 보이지 않는 순간이라는 말에 유독 마음이 붙잡혔다. 그런 순간은 지금 나의 시간과도 맞닿아 있었다.


치료라는 것은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행위이면서도 동시에 불확실함과 싸우는 긴 여정이다. 그 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다림과 정서적인 출렁임이 늘 함께 있다.


감정을 다스리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은 감정과 무관하게 계속 움직이는 일이다. 전념은 바로 그런 태도다.


감정과 상관없이 방향을 잃지 않는 일, 희망이 느껴지지 않아도 끝이 보이지 않아도 오늘 해야 할 일을 하는 선택을 반복하는 것.


그것이 싸이먼 스킵이 말한 ‘전념’이 아닐까.


저자가 말했듯이 전념과 올인은 다르다. 올인은 한 번에 모든 것을 거는 선택이고 전념은 매일 묻고 매일 다시 답하는 선택이다.


나는 오늘도 계속 간다는 문장을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것. 눈에 보이는 성과나 누군가의 인정이 없어도 내 안에서 작고 조용하게 살아 있는 그 다짐을 지키는 일이 전념이다.


내가 지금 이 병실에서 하고 있는 것도 그런 종류의 것이다. 치료를 받고 다시 병실로 돌아오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정해둔 루틴을 수행하는 일.


작은 습관들이 모여 하나의 흐름을 만들고 그 흐름이 무너지지 않게 붙잡는 일. 이 반복의 하루들이 모여 나를 조금씩 회복시킬 것이라 믿는다.


전념이란 그 믿음을 버리지 않고 유지하는 힘이다.


하지만 전념은 고요한 결단일 뿐만 아니라 때때로 고독한 수행이다. 누구에게 말할 수 없는 지침이나 불안 속에서도 나만 알고 있는 그 방향을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일이다.


그러므로 전념은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자세가 아니라 오히려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더욱 드러나는 마음가짐이다. 누구도 나를 독려하지 않을 때 내가 나를 독려할 수 있는 힘. 그게 진짜 전념이다.


나는 오늘도 방사선치료를 했다. 앞으로 스물 다섯 번의 방사선과 다섯 번의 항암이 예정되어 있다.


그 숫자가 주는 무게에 잠깐 주저했지만 그럴수록 나는 이 여정을 전념의 시간으로 바라보기로 했다.


큰 뜻도 필요 없고 대단한 용기도 필요 없다. 다만 계속하는 것이다. 멈추지 않고 물러서지 않고 오늘 해야 할 것을 오늘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가장 단단한 태도를 배우고 있다. 이 병상의 시간이 언젠가 회복이라는 이름으로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바람을 지키는 방식이다.


전념은 미래의 결과를 믿는 일이 아니라 오늘의 선택을 믿는 일이다. 믿을 수 없는 미래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에 집중하는 일. 나는 그것을 오늘 다시 배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묻는다. 계속할 수 있겠는가? 라는 질문에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응, 계속할 거야’ 라고 대답한다.


결과가 보이지 않아도 속도가 느려도 흔들려도 괜찮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나의 선택이다. 나를 붙드는 건 열정이 아니라 전념이다. 끝이 아니라 오늘이다.


나는 오늘 ‘전념’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전념은 칠흑같이 어두운 밤, 눈을 감아도 보이는 나만의 불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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