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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결정적 순간

by 진아름

모죽(毛竹)이라는 대나무가 있다.

씨를 뿌린 뒤 한참 동안은 아무리 정성으로 가꾸어도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5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손가락만 한 죽순이 올라오면 그때부터는 하루에 80Cm까지도 성장하며 짧은 기간에 30여 미터에 달할 정도로 키가 큰 대나무가 된다.

모죽은 대나무 중에 상품(上品)으로 여겨지는 품종이다.


그 5년 동안 대나무가 땅속에서 무엇을 했는지 살펴보니, 키가 수십 미터가 되도록 자라더라도 휘청거리지 않을 만큼 땅 속 깊숙이 얽히고설킨 뿌리를 튼튼히 내려놓았다고 한다.


모죽의 교훈에 빗대어 사람 사는 모습을 살펴보면

한 인간의 성장과 성공,

학업과 투자 어떤 것에 비유하더라도

비슷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공간에서

꾸준히 글을 나누고 소통하는 사람들이라면

각자의 임계점을 향해 철저하게

그 메커니즘을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아 조심 또 조심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처럼 여겨지는 삼재, 3년의 시간.

그게 무엇이든지 간에 묵직하게 한자리에 깔고 앉아 갈고닦다 보면 26,280시간의 기적을 만날 수도 있 않을까?

(365일 * 24시간 * 3년 = 26,280시간)

모죽의 시간처럼 이 시간을 뿌리내림의 시간으로 만들고 싶다.

그리고 만나고 싶다. 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을.





2024년 여름부터 애정하는 후배와 함께 공부를 하고 있다.

직접 만나서 공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풍성해지는 우리만의 대화는 내 인생의 큰 즐거움이고 든든함이.


우리는 공부 계획을 2개월 단위로

비교적 짧게 설정하여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2개월 동안에도 벼락치기가 존재하고

무게가 없는 지식은 쉽게 휘발되어

이게 과연 맞게 가고 있는 거냐 호들갑을 떨면서

가늘게 이어오고 있다.


덕분에 2개월마다 소박한 '목표달성' 자축할 수 있었다.
내가 가는 길이 혼자가 아니었던 점과

각자의 집안 사정과 적당한 게으름에도 달성될만한

느슨한 목표설정이 주요했다.


과연 이만큼의 학습량으로 전문성 키울 수 있을지 고민해 본 적이 있다.

물론 그런 생각을 할 시간에 공부 조금 더 하는 게

전문성을 키우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

원래 공부 못하는 학생이 공부 시작 전에 이것저것 사정이 많은 법.


어쨌든 그 생각의 끝에서,

각자 살림 열심히 하는 주부가

(똑 소리 나게 한다는 말과 혼돈 금지)

독학으로, 3년 동안 과업을 지속한다면 완주만으로도 우리가 보통 주부가 아니고

프로 주부로 거듭나겠구나.. 하는 결론이 났다.


......


아마 지금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계실 것이다.

위의 아무 말에는 설득력 전혀 없

목표치를 하향시키며 자신을 끼워 넣는

못난 자기 위안만 있을 뿐이다.


나는 지금 지난 5일 동안

맛집도 가고, 운동도 하고, 개봉한 영화도 봤으면서

공부는 하지 않아 마음이 불편하다는 말을

용두사미식 글의 형태를 빌어 어렵게 하고 있는 중이다.

그 어려운 걸 제가 해냈지 말입니다.. (씁쓸)




결국 시험은 떨어졌다..(그럴 줄 알았다)


떨어질 만큼 공부해 놓고 속은 왜 상하는 건지..

나를 극하는 것은 내 안의 게으름과 안일한 생각이었다.






삼재를 살아가는 오늘의 생각_4


딴생각 말고

잡 소리 말고

일단 그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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