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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기적은없다
Dec 25. 2024
열등감 조경(造景)론
직시하고 통제하라
세무사 수습 기간이 끝나고
희망하던 법인에 합격을 하였다.
첫 출근까지는 시간 여유가 있었던 상황이었고
이력서를 넣은 몇 곳에서 면접 연락이 왔었다.
나는 '세무사 전재원'이 다른 세무사들에게
어떻게 평가되는지,
그리고
상대를 얼마나 설득시킬 수 있는지 궁금했다.
컨설팅 업계 1위, 고액의 연봉, 까다로운 자소서 요건.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1차 실무진 면접
2차 대표 면접
대략 1시간 넘게 면접이 진행되었다.
2차 대표 면접은 압박면접이었는데
상당히 인상 깊었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질문들이 전부 날카로웠는데
그중 하나가
"
전세무사는 성장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인상이 들었어요.
과거 축구선수로서의 실패, 수능 입시의 실패, 회계사 시험의 실패..
열등감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면접준비를 안하기도 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그러게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라고 첫 대답을 하고 잠시 숨을 골랐다.
열등감
열등감은 인간이라면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이다.
외모, 학벌, 경제력, 직업, 능력, 지식, 자식, 부모..
남과 비교가 가능한 모든 영역에서 열등감은 자라난다.
'결핍'을 인지한 순간.
씨앗은 땅에 심어진다.
어느 순간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무성히 피어있기도 한다.
잡초처럼 제초제를 뿌려 없애야 하는 감정일까.
완전히 박멸하는 것이 가능은 할까.
열심히 뽑고, 약 뿌린 뒤 뿌듯한 표정을 짓고 돌아선다.
그리고 잊고 있다가 다시 내면의 마당을 둘러보면
'도르마무' 된 상태를 발견하게 된다.
그게 반복되다 보면 마당을 둘러보지도 않게 된다.
'없앨 수 있다'는 전제부터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싹둑싹둑 가지치기를 해서
내 취향껏 조경을 하는 것은 어떨까.
무기력하게 잡아먹히거나
그런 거 모르는 양 외면하거나
직시하고 통제하거나
무엇을 선택할지는 본인에게 달린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나는 왜 그렇게 성장에 집착을 한 것일까.
계속된 좌절로 조급해진 마음.
아버지의 암 투병으로 느꼈던 수험생 시절의 무력감.
그러한 감정을 다시는 느끼지 않겠다는 다짐.
복합적인 감정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뭐. 이것도 열등감의 일종일 것이다.
그날 면접의 날카로운 기억은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
아 그래서 질문에 어떻게 대답했는지 쓰는 것을 깜빡했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대답했다.
"잡아먹히거나 외면하지만 않으면 최고의 연료라고 생각합니다."
(후략)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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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
조경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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