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디찬 바람이 얼굴을 스쳐갈 때,
따뜻한 단내음이 스며든다.
어디선가 구워지는 빵일 수도 있고,
어제 죽은 별의 마지막 숨결일 수도 있다.
나는 그 차이를 모른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내 안에서만 오래된 장면이 지나간다.
그의 웃음, 빛바랜 사진 한 장,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방의 불빛.
나는 잠깐 멈춰 서서 그 냄새를 맡는다.
그러다 문득,
이건 위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없는데
나는 누구의 체온을 맡고 있는가.
따뜻하지 않아서 따뜻한 것,
너무 달아서 더 그리운 것.
그건 결국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붙잡으려는 몸의 버릇일까.
바람이 또 지나간다.
나는 조금 늦게서야 걸음을 옮긴다.
조금 늦게서야 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