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따뜻하지 않아서 따뜻한 것

by 덕배킴

차디찬 바람이 얼굴을 스쳐갈 때,

따뜻한 단내음이 스며든다.


어디선가 구워지는 빵일 수도 있고,

어제 죽은 별의 마지막 숨결일 수도 있다.

나는 그 차이를 모른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내 안에서만 오래된 장면이 지나간다.

그의 웃음, 빛바랜 사진 한 장,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방의 불빛.


나는 잠깐 멈춰 서서 그 냄새를 맡는다.

그러다 문득,

이건 위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없는데

나는 누구의 체온을 맡고 있는가.


따뜻하지 않아서 따뜻한 것,

너무 달아서 더 그리운 것.

그건 결국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붙잡으려는 몸의 버릇일까.


바람이 또 지나간다.

나는 조금 늦게서야 걸음을 옮긴다.

조금 늦게서야 잊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새가 될까 했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