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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권남희
합법적으로 남의 일기를 훔쳐봤다. 왜 이렇게 재밌지?
내가 살면서 써본 일기는 초등학교 방학숙제로 한 달 치 한꺼번에 쓴 일기가 전부인데. 날씨는 무조건 맑음.
20년 만에 일기 한번 써볼까? 권남희 작가님의 스타벅스 일기처럼.
제목 : 사이렌오더 용시이로 했어요~
오늘의 음료 : 아이스 블론드 카페 모카
12시 50분. 퇴근 40분 남았다. 사서선생님이 주신 일들 마무리하고 슬슬 유아방 책 정리하러 가자.
13시 10분. “부모의 어휘력 책 있나요?” ”네 있습니다~“
13시 30분. 퇴근.
퇴근길에 스타벅스 DT 해야겠다. 메뉴는 아이스 블론드 카페 모카. 커피의 쓴맛보다는 신맛을 더 선호하는 나는, 항상 원두를 블론드로 선택한다.
도서관에서 스타벅스 DT점까지 5분 정도 걸린다. 출발 전에 어플로 미리 주문하고 가면 도착시간 얼추 맞게 메뉴가 준비되었다는 알람이 온다. 참 좋은 세상이다.
“사이렌오더 용시이로 했어요~”
“네~ 앞쪽으로 오세요~”
나의 사이렌오더 닉네임은 용시이다. 20대 중반에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내게 부르던 애칭이다.
잘 지내고 있겠지? 결혼은 했으려나.
자주 가는 지점이라 낯익은 얼굴의 알바 한분이 음료를 건네주신다.
“오늘도 일찍 퇴근하시네요!”
“아 네~.. 수고하세요.! ”
……
일찍 퇴근하는 게 아니라 근무를 4시간만 합니다. 장애인일자리사업이라는 제도에 작년부터 참여해서 2년째 복지관에 있는 도서관에서 4시간만 근무하고 있습니다. 아 제가 다리가 고장 난 장애인이거든요. 부럽다고요? 저는 8시간 근무해서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은데요.
이런 식으로 대화가 길어질까 봐 음료를 받고 가벼운 인사와 함께 빠르게 창문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