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 클로징 날

설거지 삼매경

스프링 브레이크를 맞아

시간이 좀 더 생겨서 시프트를 늘렸다.


어제는 2시부터 8:30까지 클로징 경험을 했는데,

6시부터 본격적으로 마감 준비에 들어갔다.


먼저, 음식들 도네이션 준비하기.


요식업 업체들이 마감 후

일부 음식을 도네이션 하는 것에 항상 감사함을 느낀다.

커뮤니티에 작게나마 도움을 주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서 매번 작은 감동을 받는다.


John, can you do the dishes?

존, 설거지 좀 해 줄래?


Sure!


마감 설거지는 평소와는 양이 달랐다.


브루 커피 머신은 거의 다 분해하고 모든 파트들을 씻었고,

얼음통의 철제틀, 뚜껑, 계량컵은 물론이고,

모든 숟가락, 휘핑 병, 음료용 피처 등등이 싱크로 배달됐다.


미국식 업소(?) 설거지는 한국식과 사뭇 다르다.


싱크가 3개인데 각각 역할이 있다.

왼쪽은 washing detergent 세제를 풀어 담그는 곳,

가운데는 rinse 헹구는 곳,

오른쪽은 sanitizing 살균하는 곳으로 나눠 역할을 배치한다.


중간 헹구는 곳에는

수압이 아주 센 샤워꼭지 같은 게 있는데

손으로 꽉 눌러 물총처럼 발사하고

위치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원재료에 붙여 놓은

만료일 스티커를 날릴 만큼 센 수압이라

평소에 재미있게 쓰는 장비인데,

어제는 2시간 남짓 잡고 있었더니

글을 쓰는 지금 손아귀가 뻐근하다.



그렇게 3단계를 거친 후

마지막으로 스팀 살균처리를 한다.


왼쪽 아래에 스팀기가 위치해 있어서

요가 하프문 자세로 왼발에 무게중심 싣고

상체를 기울여 뚜껑을 연다.


단순 노동이지만

중간중간 들어오는 푸드 오더는 재깍재깍 해결한다.


스벅 바리스타 알바는

그저 단순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헤드셋으로 들어오는 오더 정보들을 계속 듣고 분석하고,

동료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며,

동시에 밀린 일들,

예를 들어, stocking 물건 채우기,

설거지, 매장 오더 받기 등의 멀티 태스킹을 해내야 한다.


동료들과 중간중간 수다 떠는 재미도 쏠쏠하다.


보통 진상 손님들 뒷담화,

혹은 예쁘고 착한 손님들 칭찬이다.

얼마 전 방문한 지역 매니저는

며칠 동안 수다 대상이 되었다.


어제 몇 명 동료가 내가 대학 교수인 것을 알고

왜 스벅에서 알바하냐고 물었다.


응, 바리스타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이번에 실현한 거야.

그리고 나중에 북카페 열고 싶어서 경험 쌓고 있어.


아 그렇구나, 쿨!


잠시 대화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우리 팀.


쏴- 쏴-


시원한 설거지 물살 소리를 뒤로 한 채

8시가 되니 스토어는 공식 클로즈했다.



띵-

드라이브 쓰루 손님 들어오는 소리.


"Sorry, we're now closed..."


녹음된 멘트가 나온다. 와, 멋진 시스템!


슬슬 동료들이 어서 퇴근하자는 바이브를 조성한다.


눈치껏 빨리 설거지 마무리한 후

클락아웃하러 아이패드로 향하기.



토요일에 나오니?

아니, 안 나와.

내일 뭐 하지?

아침 크루들이 깨끗이 쓰면 좋겠다.

존, 클로징 어땠어?

응 재밌었어.

클로징 크루로 합류해!



이런저런 수다 뒤로 스벅 매장 불이 꺼지고,


Yeah- we're done. 와, 퇴근이다.

이구동성으로 말하며 함께 문을 닫았다.



퇴근길 주차장의 어두운 풍경.

두 달 전 처음 시작했을 때

새벽 4:30에 나오던 날과 닮아 있었다.



전완근과 손아귀가 뻐근하지만,

열심히 지낸 시간들의 증거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마우스와 키보드를 잡는다.





김교수 takeaway

스타벅스 바리스타 분들은 보통 자신의 커리어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는 분들 같아요. 어제 팀은 한 명은 대학생, 한 명은 대학 졸업 후 사업 준비하는 분, 한 분은 대학원 마치고 쉬는 기간에 있는 분이었어요. 시간의 큰 컨티뉴엄 속에서 본다면 많은 것들이 일시적인 temporary 것이겠지요? 그 안에서 인연을 맺는 여러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시간을 갖게 된 설거지와 수다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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