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잘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은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늘 스스로를 완벽주의와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적당히 흐름에 따라 살아가는 편이고, 세세한 것에 연연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최근 들어 알아차렸다. 나는 애초에 잘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은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완벽주의자가 맞았다.
관심 가는 취미 앞에서 "잘 못 할 것 같은데"라며 망설이다가 포기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글쓰기도, 그림도, 운동도 마찬가지. 시작 단계에서 엉망일 수밖에 없는 구간을 참지 못하는 것이다. 머릿속 한 구석에 늘 폼을 잡으려는 내가 있다 보니 쉽사리 뛰어들 수 없나 보다. 시작 자체가 부담스럽다.
완벽주의는 탁월함을 추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탁월함은 과정 속에서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지만, 완벽주의는 실패할 가능성을 원천차단하려는 방어기제에 가깝다. 그렇게 실패를 두려워하다 보면 성장의 기회마저 놓치게 된다.
다행히 블로그가 내 생각을 많이 바꿨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더 재미있는 거다.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면 뿌듯하다. 조금이나마 성장한 모습이 보인다. 기록의 힘이다. 서툴러도 시작하는 것이 시작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낫다.
더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폼 잡지 말고, 마음이 가는 일들을 하나씩 저질러 보면서. 완벽하지 않은 나 자신을 응원하며, 그 불완전함 속에서 진짜 즐거움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남은 인생에서 추구하고 싶은 방향이다.
사진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