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너머 진실

진실은 대부분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가볍다는 희망을 품고서

by 이열

"두려움은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 파마 초드론 ― 진실은 때로 두렵다.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일상의 모습이라 할지라도.


예전에 회사에서 업무에 몰두하던 중, 아내에게서 카톡이 왔다. "여보 변기 막혔어, 퇴근하면 뚫어 줘."


메시지를 본 순간, 변기가 품고 있을 '진실'에 대한 공포가 밀려왔다. ‘하늘이시여!’ 하루 종일 머릿속 한구석에서, 뚜껑에 가려진 미지의 물체가 계속 커졌고, 퇴근길 발걸음은 평소보다 무거웠다.


집에 도착해 변기 앞에 섰을 때, 나는 망설였다. 뚜껑을 열면 드러날 그 실체가 두려웠던 것이다. 아님 말고라는 심정으로, 일단 물부터 내려보기로 했다.


”쿠르르 쏴아!” 다행히도 물이 시원하게 빠져나갔다. 진실은 이미 저 너머로 사라진 후였다. 그제야 웃을 수 있었다.


그렇다. 변기 속 진실이든, 인생의 더 큰 진실이든, 우리는 그것과 마주하기 전에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결국 그 두려움을 넘어서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때로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간단하게 해결되기도 하고, 때로는 정말로 어려운 문제와 맞서야 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 두려움이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런데도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진실은 대부분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가볍다는 희망을 품고서.




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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