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프로그램 중에 "어쩌다 어른"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한번 시청해 보았다. 인문학 강의며 어쩌다 어른이 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의 강의를 통해 지식과 지혜를 습득하게 하고 참다운 어른으로 성장하게 해주는 프로그램 같았다. "어쩌다 어른"이라는 제목이 시사하는 바에 알맞은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강의 내용이 마음에 와닿았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노인이 된다. 노인의 연령 기준은 사회 통념상 조금씩 달리 논의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간주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요즘 노년층 사람들은 73세 이상이나 되어야 노인으로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도 읽은 적이 있다. 노인의 나이 기준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노인이라는 정의를 나이를 기준으로 해서 하기 때문에 누구나 그 나이가 되면은 노인이 된다는 얘기다. 대체로 노인이 된 사람들은 정신적이나 신체적인 면에서 젊을 때와는 다른 양상이 나타나게 된다. 몸의 여기저기가 고장이 나기 시작하고 힘도 없고 자신감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소통의 문제에 있어서나 활동면에서 의기소침해질 수 있고 고독감을 느끼거나 심지어는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현상을 겪게 될 때 대개는 나이 탓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활동면에서 조금씩 불편하고 어둔한 행동거지도 나타날 수도 있겠다. 이렇게 노인이 되어 겪는 불편 사항이 많은 건 인정한다. 그런데 여기에다 평생 길들여진 성격에다 노인이 되어 고집불통이 되거나 외골수가 되는 경우도 많다. 나이 든 것을 내세워 간섭하거나 가르치려 하거나 잘난 체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다 보니 젊은이들한테 노인이 좋다는 소리를 듣기 힘들게 된다.. 젊을 때야 나이 들면 모두가 노인이 된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노인들을 꼰대 취급하고 싫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구든 노인이 되고 싶어 되고, 어른이 되고 싶어 되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나이 들면 노인이 되는 것이다. 나도 막상 나이 들고 보니 노인의 특성으로 나타나는 많은 양상들을 이해하게 되고 실감도 한 다. 그러나 꼰대 노릇하려는 노인은 싫다. 세월이 가면 늙어가는 게 아니라 익어간다는 노래 가사처럼 성숙한 모습의 어른으로 익어가고 싶다. 살다 보니 나이 먹어 얻게 되는 노인이라는 호칭은 싫다. 어쩌다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배려할 줄 모르고 삶의 지혜도 없고 베풀 줄도 모르고 갑갑한 어른이 되긴 싫다는 말이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시대의 흐름에 관심도 가지고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고 같은 세대 안의 사람들과 소통하게끔 노력은 하면서 사는 게 좋은 것 같다. 이런 삶의 태도나 가치관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젊을 때부터 자신을 성찰하며 부단히 단련시켜 나가야 할 것 같다.
나이 든 걸 무슨 계급장 단 것처럼 여기지 말고 겸손한 태도, 말과 행동의 절제도 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실제 삶의 내 모습은 많이 부족하고 성숙하지 못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냥 나이만 먹은 노인은 싫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겠는가를 고민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어른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며 조금은 존경받을 만한 어르신의 삶을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보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