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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백수를 꿈꾸다

나의 20년, 어떻게 가꾸지?

by 힐링작가 김영희

요즘은 가끔 해질녘에 산책하러 나간다. 오늘은 조금 남아 있는 잔설 위 나무 사이로 석양빛이 비친다. 얼굴을 숨길락말락 숨바꼭질 하는 듯이 산책길에 걸려 있다. 해넘이 풍경은 아름답다. 기우는 틈새로 쓸쓸함이 묻어난다.


하루의 풍경 중 어느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아침 해뜰 때의 풍경은 숨막힐 듯한 감격스러움을 선사한다. 숨죽인 기다림 끝에 솟아 오르는 태양은 경외감을 품게 해주고, 사방으로 눈부시게 부서지는 햇살은 설렘과 희망을 느끼게 해 준다. 낮 동안에 이글거리는 듯한 태양빛은 열정을 뿜어내며 버거운 생존 현장에서의 버텨 나갈 힘을 북돋워 준다.


나는 해질녘 풍경 앞에서 내 모습을 본다. 벅찬 설렘과 감격과 열정이 많이 사라지긴 했겠지. 조금 남아 있는 마지막 해넘이 풍경에 때로 드리워지는 노을은 참으로 아름답다. 순간의 그 아름다움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자주 사진에 담아 둔다.


노을을 바라보며 요즘은 백세 시대라 하니 백수의 나를 생각해 본다. 한자 일백백 자에서 위 한일 한 획을 뺀 99의 나이를 백수라고 한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미국 보험 회사 제공의 미래 예측 수명에 관한 테스트를 해본 적이 있다. 현재의 건강 상태를 입력해 넣은 그 데이타로 미래 가능 수명을 예측해 보는 것이다. 나의 미래 예측 수명은 99세로 나왔다. 백수를 한다는 결과에 의아스럽기도 했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인명은 재천이라 하듯 우리의 생명은 전적으로 하나님께 달려 있기에 미래 내 수명을 맘대로 예측할 수는 없다. 다만 데이타대로 살 거라고 가정해 본다. 현재의 건강 상태를 잘 유지한다면 예외의 변수가 없는 한 백수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게 주어진 시간은 20년이다. 그 20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곰곰 생각해 보게 된다.


매일의 삶을 어떻게 채워 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무엇보다 건강을 잘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많은 사람들은 오래 산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사는 날까지 스스로를 챙길 수 있어야 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정도까지만 산다면 가장 좋겠다고 한다. 내가 바라는 바도 그렇다. 그런 백수를 맞이하길 바라며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 보고 새해 다짐을 해본다.


젊을 때처럼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짜임새 있게 보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무리하지 않으려 한다. 과욕을 부리거나 성취욕에 휘둘려 조급함이나 강박증에 시달리는 건 싫다. 나의 원하는 삶을 향해 내게 맞는 페이스를 잘 조절해 갈 것이다. 매일 꾸준히 실천하는 건강한 생활습관이 쌓여서 나를 백수까지 이끌어 줄 것이다.


건강을 위한 습관으로 아침에 일어나면 기도하고 성경 말씀을 듣는다. 10분 정도 요가 동작을 비롯한 스트레칭을 하고, 매일 30분 정도 걷기를 실천한다. 식습관은 건강을 유지하는 데 많은 영향을 끼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 위주의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으려고 노력한다. 지식과 사고의 폭을 넓히기 위해 밀리의 서재에서 독서를 하고, 블로그와 브런치븍에 글쓰기를 해서 올린다. 일주일에 두 번은 친구들과 커피타임을 가진다. 멀리 있는 사람들과는 카톡으로 소통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감사한다. 하루하루가 내게 주어지는 은혜로운 선물로 여기며, 여든아홉에서 백수까지 주님 손잡고 걸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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