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4년 동안 고기를 거의 먹지 않았다. 건선 파가노 자연치유 요법을 하는 것 때문이었다. 유기농 방사 닭고기, 양고기, 오리고기 외에는 고기를 멀리 했다. 자연식물식 위주의 식사를 하여 건강은 많이 좋아졌다. 그간 내 손녀는 나를 비건으로 알고 있었다. 어느 날 내가 닭고기를 먹는 모습을 보고는 큰 소리로 야단을 쳤다.
"할머니, 비건이잖아요! 왜 닭고기를 먹어요?" 그때 나는 애써 변명 아닌 변명을 해야 했다.
"얘야, 할머니는 비건이 아니란다. 가끔 좋은 고기라면 먹기도 하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이란다."
사실, 사육 환경에 대해 좀 알고 나니 내 건강을 생각해서 고기를 안 먹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후 고기를 거의 안 먹고 자연식물식 위주로 먹으면서도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건선도 어느 정도 잡힌 것 같아서 안 먹던 것도 조금씩 시도해 보고 있다. 노년기엔 매일 일정량의 고기를 먹어야 근육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이 골절을 예방하는 방법의 하나이기도 하고 균형 잡힌 식사가 저속노화의 비결이라고도 한다.
작년 11월에 한국에 갔을 때 심한 감기 증상을 앓고 난 후부터 나도 이제 좋은 고기는 좀 먹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되었다.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특별히 먹고 싶거나 그런 건 아니다.
오늘, 나는 트레이드조에 갔다가 풀을 먹여 키운 소고기를 발견했다. 양도 많지 않고 한두 번 먹기에 적당해 보였다. 오랜만에 고기를 사자니 괜히 이상했다. 나는 작게 포장된 소고기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작은 손바닥 만한 소포장 스테이크 고기를 사가지고 집에 돌아와 작은 그릴을 찾았다. 그릴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서 겉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다. 따뜻한 물에 씻어내고 고기를 구울 준비를 했다. 고기를 굽기 위해 그릴을 예열하고, 고기를 올려놓았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 소고기 냄새가 주방을 가득 채웠다.
고기가 다 구워지자, 나는 그것을 잘게 잘라 접시에 담고 소스를 뿌려 상에 올려놓았다. 한 입 베어 물자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질기지도 않은 부드러운 식감이 나를 감동시켰다. 잊고 있던 고기의 풍미가 내 입속에서 춤추고 있었다. 풀 먹여 키운 고기 맛은 생각보다 좋았다. 고기를 조금씩이라도 먹어야 할 의미를 바람직한 노년기 섭생에서 찾아 되새기게 된다. 특정한 질병 치유를 위하고 건강을 위해서 고기를 배제한 자연식물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도 좋다. 때로는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적절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앞으로는 풀 먹여 키운 질 좋은 고기를 가끔씩 사 먹어야겠다고 생각한다.
풀 먹여 키운 고기는 나에게 폭넓은 음식 선택권을 제공해 준다. 고기와의 재회는 단순한 식사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제는 고기를 먹는 것이 더 이상 죄책감이 아닌, 일흔아홉 살 나의 건강을 위한 선택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나는 가끔 질 좋은 고기를 찾아 먹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기쁨을 소중히 여길 것이다. 이제는 손녀에게도 자연식물식 위주의 식생활에 더해질 좋은 고기를 조금 먹는 것이 나쁜 일이 아니라는 것과, 그것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고기와의 재회는 나의 치유 중심 식생활 패턴에 균형의 폭을 조금 넓혀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