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이직과 팀원 이직의 온도차

다섯 번의 이직과 또 다른 경험, 달라진 나를 받아들여야 할 때

by Karel Jo


지금 생각해 봐도 숨 가쁘게 달려만 왔단 날들이었다. 2011년 졸업한 직후부터 곧바로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단 한 차례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직장인이라는 타이틀 아래에 경력을 쌓아 온 나는, 2022년 9월부터 Commercial Finance 팀의 팀장을 맡아 어느덧 3년 차 팀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경력자가 되었다.


한국 직급을 없애는 추세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는 의미 없는 직급이 되었으나, 여전히 잘 꺼내지 않아 먼지가 살짝 앉은 지갑 속 명함 안에는 차장/팀장이라는 직책과 직급이 같이 명기되어 있다.


처음 직장생활은 이전 글에서도 살짝 말했던 바와 같이, 흔히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중소기업에서 시작했다. 플라스틱 베젤을 사출 하여 납품하는 작은 회사였고, 매출 규모에 비해 가공인원이 많아 전체 인원은 꽤 적지 않은 회사였다.


1년의 시간이 거의 흘러갈 무렵 운 좋게 체코에서 생산관리팀의 현지채용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그렇게 20대 중반부터 약 4년간, 두 번째 직장생활인 해외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 당시에 우울증이 좀 더 극심해진 부분도 있었을 거라 생각하지만, 인생에서 그렇게까지 격렬하게 일해 봤던 기억은 지금까지 되짚어봐도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결국 이방인으로의 고독을 감당하지 못해 나 자신과 함께 걸어줄 동반자를 찾기 위해 나는 귀국을 결정하였고, 그렇게 집 근처에서 세 번째 직장인 재무기획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30살에 돌아와서 6년여간의 세월을 보냈으니 결코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있었던 곳이다. 물론 당초 계획과는 달리 나는 내 동반자를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찾게 되었고, 행복하게도 그곳에서 일하는 동안 첫째 딸아이를 맞이할 수 있는 소중한 인연도 가졌다. 그러나 책임져야 할 입이 늘어나고, 거기에 비례해서 오르지 않는 나의 연봉과 미래를 더는 견디지 못했다.


그렇게 옮긴 네 번째 직장은 기획팀이었으나 반년 정도만에 다시 자리를 던지게 되었는데, 수직적이고 고압적이며, 이해할 수 없는 낡은 한국 회사의 문화를 오래 견딜 수 있는 자신이 없었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것과 별개로, 그 인정의 끝인 내 팀장과 임원들의 모습은 내가 그 위치에 다다른다 한들 그리 행복하거나, 스스로 만족감을 가질 수 없다 생각하였기에 직장 경력 중 가장 짧은 시기에 손절하였다.


그렇게 찾아들어 온 곳이 지금의 다섯 번째 직장, Commercial Finance 팀이다. 팀장으로 입사한 것이 아니고, 입사 이듬해 퇴사한 팀장님의 자리를 이어받아 팀장이 된 지 어느덧 3년 차. 생각해 보면, 86년생 남자로서는 평균적으로 2~3년에 한 번씩 직장을 옮긴, 결과론적으로는 소위 메뚜기와 같이 직장생활을 한 꼴이 되었다.


나는 여전히 내가 팀장으로서 걸맞은 역량을 가졌는지, 때로 여전히 실무자로서 더 입증해야 할 무언가가 남지 않았는지를 고민한다. 최근 몇 군데에서 포지션 관련 헤드헌팅 제의를 받아본 것도 사실이나, 팀장이 된 지 3년이 지난 지금 확실히 예전과 다르게 나의 이동은 내 생각만큼 그리 자유롭지 못하다.


일단, 외부에서 보기에 나는 팀장을 이미 3년이나 수행하며 팀원들의 퇴사를 발생시킨 적이 없는 조직관리에 능한 사람이었다. 그 사실관계는 차치하고 외부에서 보이는 모습은 그렇게밖에 설명될 수 없었고, 이제 와서 팀장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나의 말은 내 의지와 약간 다르게 진심이 실리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20년 가까이 일해야 하는 시간이 남은 나로서는 팀장을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지, 팀장 이후를 바라보면 그 이후는 나에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허락되어 있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어쩌면, 진작부터 받아들여야 하는 변화를 뒤늦게 받아들이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이직을 하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 같은 건 없었으나, 예전만큼의 강한 자신감이 현실 앞에서 많이 약해진 것도 사실이다. 한때 모시던 부장님께서 잘하는 게 적성이 아니라, 오래 할 수 있으면 그게 적성인 거라는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었는데. 그렇다면 팀장을 3년 넘게 한 내게도 적성이 있는 걸까.


아마도 나는 이제 다시 팀원이 되기엔 어려운, 돌이킬 수 없는 갈림길을 지나왔을지도 모른다. 나 자신을 다시금 보여주고 증명하고, 다른 의미로 입증해 내야 하는 현실은 여전히 조금 씁쓸하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체감하듯 늘어나는 매일의 비타민제처럼, 이제는 달라진 나를 받아들여야 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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