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순간, 삶은 다시 시작된다
10번 카드, 운명의 수레바퀴는 타로를 처음 배웠을 때 알게 된 나의 인생 카드다. 9번 카드 '은둔자'에서 이어지는 이 카드는, 은둔자가 나 자신을 향한 내면의 길을 조용히 탐색하는 시간이었다면, 그 고요한 침묵 뒤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탐색을 마치고 서서히 삶의 흐름의 전환점을 맞아 거대한 회전을 시작함을 나타내고 있다.
완성의 숫자 9가 하나의 주기를 닫는 문이라면, 10은 그 문을 열고 맞이하는 새로운 순환의 시작이다. ‘끝’이 아니라, 끝과 시작이 맞닿아 있는 지점. '수레바퀴'는 정지하지 않는다. 늘 돌고 있으며, 그 회전 속에서 우리는 다시 태어난다.
무하 타로카드의 수레바퀴에는 화관을 쓴 여성이 비스듬하게 기대어 카드 밖에 있는 사람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 마치, “이제, 네가 아닌 힘 앞에서 살아갈 준비가 되었는가?”라고 묻는 듯한 그 표정의 뒤로, 천천히 돌고 있는 풍차의 모습에 자기가 던진 질문에 이어 “삶에는 네가 통제할 수 없는 힘이 있다”라고 조용히 정답도 같이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내가 원하는 대로 삶이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가 있다. 때로는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의도한 대로 결과물이 나오지 않기도 하고, 때로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식으로 일이 풀리거나, 더 잘 풀리기도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인연이 끊기고, 또 다른 날 갑작스레 새로운 인연이 시작된다. 마치 내가 아닌 무언가가 시계를 돌리고, 바람을 바꾸는 것처럼.
그럴 때마다, 그것이 삶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으레 생각하곤 한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INTJ로서 내가 살면서 가장 힘든 순간은 어떠한 상황에 대해 스스로의 통제력을 잃었다고 느낄 때다. 체스판의 경우의 수를 검토하듯 모든 일에 대해 내가 예측 가능한 범위 내로 결과물을 가정해야 마음이 편한 나에게 있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 앞에서 무력감은 더 깊어진다. 그러나 ‘운명의 수레바퀴’는 그런 상황조차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힘을 기르는 시기라고 나에게 속삭여 준다.
어쩌면 통제할 수 없음이라는 순간은 모든 순간에 집착하는 나에게 오히려 진짜 자유를 가르치는 기회인지도 모른다. 좀 더 정확하게는, 진정한 통제는 통제하려 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을 붙잡으려 할 때, 모든 것을 손바닥 위에서 관리하려 할 때 오히려 손가락 사이로 가장 소중한 것들이 빠져나간다. 반면 흐름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낼 때, 비로소 나의 중심은 무너지지 않는다.
‘운명의 수레바퀴’가 천천히 굴러갈 때를 살펴보면, 어느 누구에게도 영원한 꼭대기를 허락하지 않고, 또 영원한 바닥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 안에서 깨달아야 할 진리는 바로 이 순간도, 언젠가는 지나간다는 것. 그것이 참을 수 없는 고통일 때도, 영원히 놓치고 싶지 않은 기쁨일 때도, 죽을 것 같이 복잡한 빠져나오기 어려운 혼란 속에도, 그리고 지금, 그저 이 순간의 이 자리도.
지속적으로 돌고 도는 그 바퀴 안의 중심축은 언제나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카드가 상징하는 또 하나의 핵심은, 외부의 변화 속에서도 내가 나를 잃지 않는 중심을 찾아야 된다는 점을 가르쳐준다.
당신이 지금 예상치 못한 변화를 겪고 있다면,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삶은 누구에게나 돌발적이며, 미래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변화 속에서도 내가 누구인지 잊지 않는 것, 그리고 흐름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려는 태도다.
Fortune, 이라는 표현에서 오는 어감처럼 운명의 수레바퀴는 마치 결과적으로는 무언가 예상치 못한 행운을 가져다줄 것만 같은 달콤한 기대감을 준다. 그러나 그 바퀴의 흐름에, 그는 그저 묵묵히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질 뿐이다.
“이제 변화가 온다. 그 변화를 겸허하게 받아들일 준비는 되었는가?”
변화라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보수적인 나로서는 가장 꺼리는 일이기도 하다. 잘 돌아가는 일이라고 하면 굳이 방식을 바꿔야 할 이유를 찾지 않기에 나에게 있어 변화는 내 생활과 가장 먼 일이었다. 적절히 잘 짜인 루틴이 생기면, 그 루틴을 지키기 위한 매일의 창조성은 발휘될지라도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려 하지 않았다.
그것은 익숙함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불안하고, 또 두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나는 본능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때마다, 가장 나다운 방식을 고수하면서 아주 천천히 그 변화를 나에게 녹여 들어가게 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운명의 수레바퀴는 그런 변화의 한복판에서 위기를 기회로, 혼란을 방향으로 바꾸는 통찰을 준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너는 이전의 너로는 갈 수 없는 곳에 이르렀다. 이제, 변해야 할 때다.”
돌이켜보면 삶의 큰 변화는 언제나 우연처럼 찾아왔다. 계획하지 않았던 만남이 인생을 바꾸고, 실패라 여겼던 사건이 나를 성장시켰다. 운명의 수레바퀴는 이 모든 우연 속에서 삶이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읽는 카드다. 마치 퍼즐 조각처럼, 각기 흩어진 경험들이 어느 순간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 우리는 결국엔 그 무언가가 우리를 이끌어 주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나는 지금, 수레 위에 서 있다.
삶은 바람처럼 변하고, 그 변화 속에서 우리는 넘어지기도 한다. 때로는 스스로의 뜻과는 다르게 굴러가는 삶 앞에 무력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운명의 수레바퀴는 그 모든 순간 속에서도 여전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수레바퀴가 도는 것은 나의 의지 밖의 일이지만, 그 중심에서 내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전적으로 내 몫이다.
운명의 수레바퀴는 정답을 말해주는 카드가 아니다. 대신, 삶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대해 겸손해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카드다. 그러니 지금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면 이렇게 말해보자.
“나는 지금, 인생의 또 다른 시작점에 서 있다. 그리고 이 변화는 나를 더 깊은 나로 이끌 것이다.”
그리고 부디, 그 수레 위에서 내가 흔들림 속에서도 나의 중심을 잃지 않기를.
혼란 속에서도 이 변화의 의미를 발견하길.
그리고 무엇보다, 돌고 도는 삶 속에서도 자신을 믿는 용기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