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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Justice - 칼날의 양면성

베어진 단면은 언제나 두 쪽으로 나뉜다

by Karel Jo


Justice. 열한 번째의 이 타로카드는 그야말로 카드의 제목이 직관적으로 그러져 있다고 볼 수 있다. 타로 카드 속에는 한 손에 칼을, 다른 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칼은 진실을 가르며 때로는 아프게 베어내는 단호함을, 저울은 균형과 공정성을 상징한다. 그녀의 눈빛은 흐트러지지 않고, 사사로운 감정이 아니라 원칙과 법칙에 따라 세상을 바라본다.


굉장히 직관적인 이 카드의 키워드는 공정함, 균형, 책임, 인과응보, 진실의 책임을 드러낸다. 어떠한 선택의 결과에 따라, 그것이 옳고 그름이든 선택에 대한 그 결과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과도 같다.


그 안에 숨겨진 거짓은 결국 드러나며, 은폐된 부정은 칼날 앞에서 무너진다는 사실. 그것이 이 카드의 근본 메시지다. 그렇기 때문에 정의의 카드는, 지금은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라는 신호를 드러내기도 한다.




통상적으로, 정의란 무엇일까? 여러 가지의 답을 내놓을 수 있겠지만 아마도 그것은 인간이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가장 날카롭고도 동시에 가장 불완전한 기준이다. 정의는 한 가지로 정의되지 않는다. 만 명의 사람이 있다면, 만 명의 정의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Justice 카드는 우리에게 늘 질문을 던진다.


"네가 믿는 정의란, 무엇을 기반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직장인으로서, 특히 팀을 이끄는 팀장이라는 자리에 오른 뒤로부터 나는 정의 카드에 대한 생각을 다시 재정립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내가 믿는 것이 바로 나의 정의라는, 몹시도 직관적이고 단순한 위치에서 정의를 바라봤다.


그러나 회사란 작은 사회에서, 조직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책임감을 갖게 된 이후부터 그 안에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더 이상 나의 정의는 나 혼자만의 정의가 될 수 없었고, 구성원을 대표하는 정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다.


한 예로, 업무분장에 대한 회의를 타 팀과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회의를 하는 주목적은 몹시 단순하다. 현재 팀에 맞지 않는 업무를 원래 있던 팀으로 되돌려 놓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저 일을 넘기기만을 가정하고 회의를 진행한다면 좋은 결말을 맺을 리 없다. 주는 것이 있다면 받아오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 그렇기 때문에 그런 회의는 언제나, 원하는 바를 모두 넘기고 나오지는 못한 결과를 받게 된다.


Justice 카드는 이런 순간에 내 앞에 나타나 저울을 들고 서서 묻는다.


"네가 휘두른 칼자루 끝에 나온 이 결과물은 진정한 네 기준에 따른 공정의 결과물인가, 아니면 체제에 순응하여 결론지은 편리한 합리화인가?"


정의는 차갑기만 한 것도, 뜨겁기만 한 것도 아니어야 한다. 그것은 균형을 잡는 지루하고 또 지루한 작업이다. 정의에 그려진 저울과 같이, 어느 한쪽만 만족하는 결과물 같은 건 없다는 것을 다시 상기시켜 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회사에서 종종 정의롭게 행동한다는 것은 결국 누구도 완전히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을 배운다.


공정한 결정을 내렸다고 해도 누군가는 상처를 받는다. 정의의 칼은 결국 한쪽을 베어낼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나 Justice 카드가 우리에게 말하듯,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이 당신의 개인적 욕망이나 두려움이 아니라, 더 큰 원칙에 뿌리내린 것이냐는 점이다.


정의는 늘 불완전하다. 그러나 불완전하기 때문에 더욱 필요하다. 어느 날은 법과 규정이 나의 저울이 되고, 또 다른 날은 인간적 양심이 나의 저울이 된다. 그것들을 끊임없이 맞추고 조율하는 과정, 바로 그 속에서 정의는 살아 움직인다.




운명의 수레바퀴를 지나 정의의 카드 앞에 선 나는 내 인생을 비추는 거울 앞에 선다. 회사에서건 가정에서건, 글을 쓰는 자리에서건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받는다. 그 선택은 언제나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정의란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우리가 매 순간 책임져야 할 ‘태도’이다.


칼을 휘두를 때마다 나는 묻는다. “이것이 진실을 향한 칼날인가, 아니면 내 편의와 욕망을 위한 칼날인가?” 저울을 들 때마다 나는 고민한다. “내 마음의 기울기를 바로잡을 용기가 있는가?”


아마도 정의란 멀리 있는 이상향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지금 이 순간 내리는 작은 선택 속에 어떤 의미로든 숨어 있을 것이다. 결과물이 어떻든 간에, 흔들리지 않는다면 정의는 바로 우리가 내린 모든 행동의 결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삶의 과정에서 내린 결단은 저울 위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우리는 그 흔들림 속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고단하고 불완전하지만, 그것이 우리 안의 정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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