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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Death - 새로운 시작

단순한 소멸이 아닌, 우리 삶의 전환점이 되어주는 시간

by Karel Jo


거꾸로 매달린 The Hanged man의 다음에 다가오는 13번째 카드, 그 카드의 이름은 '죽음(Death)'다. 숫자마저 불길함의 상징인 13을 가진 이 카드는, 누구에게나 처음 이 카드를 접하게 되면 으레 좋지 않은 선입견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카드의 이름부터 직관적으로 '죽음'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타로카드를 보기 시작한 이후로, 때때로 주변 지인들에게 가끔 타로점을 쳐주는 일이 있었다. 그럴 때 간혹 이 카드가 나오게 되면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이거 안 좋은 카드지? 그려진 분위기부터 벌써 느낌이 안 좋아"라든지, "어쩐지 요새 일진이 안 좋다 했어, 나 더 힘들어지는 거야?"라든지. 절대로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타로카드에 그려진 모습만 봐도, 분위기 자체가 음산하기 그지없으니 말이다. 검은 망토를 둘러싼 사신의 주변에는 모든 것이 쓰러져 있고, 앙상한 나뭇가지의 칙칙한 배경은 그 어두움을 더욱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그야말로 죽음에 어울리는 분위기, 그 앞에, 살아 있을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신의 뒤에는 아주 작게 비치는, 멀리서 보이는 밝음의 희망이 남아 있다. 모든 것이 쓰러진 뒤로 굳건히 서 있는 그 기둥 사이에 비치는 빛을 보며, 우리는 사실은 모든 것이 끝나는 순간으로 보이는 지금에도, 미래에 또다시 새로운 시작이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죽음이란, 모든 것이 끝나는 순간이면서도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 위한 알림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처음 내가 이 카드를 접했을 때 나는 이를 올바르게 쳐다보지 않았다. 너무나 명확하게 그려진 메시지로 보여 특별히 생각이나 해석을 더할 생각도 없이, 그저 기분 나쁜 카드의 한 장으로 치부했다. 한동안 그렇게 나는 이 카드를 신경 쓰지 않고, 한국으로 되돌아와 팀장이 된 이후 다시 펼친 타로에서 이 카드를 다시 온전히 바라보게 되었다.


그 시기에 내 마음이 온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땅바닥에 널브러진 시체의 모습이 살아 있는 나의 육신과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으며, 나 또한 조만간 그 뒤를 따라갈 것만 같은 절망감이 드는 시기에 바라본 이 카드에서 나는 카드 뒤로 그려진 희망을 처음에는 볼 수 없었다.


잘못된 삶의 방식에 매달려, 팀장으로서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그 무언가의 이룰 수 없는 강박 속에 나는 나를 아프게 했고, 숨 막히게 만들어도 그것이 옳다는 일념 하에 그를 놓을 수 없었다. 그 결과가 나를 무너뜨리는 일일지라도 나는 그 끝에는 반드시 성취감과, 나를 보호할 힘을 한 단계 더 성장해 얻을 수 있으리라는 근거 없는 믿음으로 매일 나를 공격했다.


그러나 삶은 그런 시간을 나에게 온전히 허락하지는 않았다. 어떤 인간관계가 끝났고, 어떤 신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았으며, 내가 믿던 것들이 무너졌다. 마치 봄이 오기 전, 겨울의 가지가 다 떨어지는 것처럼. 그건 분명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지만, 돌이켜보면 그 파괴 없이는 새로운 무언가가 시작될 수 없었다. 그때에, Death 카드가 나에게 말했다.


“떠나라. 놓아라. 끝내라. 그리고, 다시 살아나라.”




그 강렬한 한 마디의 뒤에 나는 카드의 사신이 주는 자비로움을 느꼈다. 그 단호함은, 더 이상 나 자신이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도록 끊어내는 하나의 단말마였다. 족쇄를 풀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이제 새로운 시간을 맞으라는 단 하나의 충고. 비록 아프게 들린 말이었으나, 그것이 나를 변화할 수 있게 만드는 시작의 시간이 되었다.


그 변화를 위한 종지부를 겪지 않았더라면, 회복의 시간도, 성찰의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내 삶은 더 이상 전진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때의 나는 아마도, 그랬다면 내 삶을 잘못 살아냈기 때문이라고 또 자책했을지도 모른다. 허나 잘못된 삶이란 없다. 삶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그 방식이 끝난 것뿐이다. 효과가 떨어진 방식을 새로운 길을 찾아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힘, 그것이 사신이 주는 죽음의 충고다.


죽음은 모든 것을 지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무언가를 남기기 위한 과정이다. 죽음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진짜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모두가 떠난 자리에 남아 있는 이름, 흔적, 감정. 그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그 죽음들을 통해 우리는 더 단단해지고, 더 나다워지고, 더 진실해진다.


그러므로 Death 카드는 실패의 상징이 아니다. 절망의 표식이 아니다. 그것은 성장이 가까워졌다는 신호다. 진짜 변화는 무언가를 ‘얻을’ 때가 아니라, 무언가를 ‘잃을’ 때부터 시작된다. 무언가를 끝내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더 이상 붙잡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 끝맺음이 있어야, 새로운 가능성이 들어올 수 있다. 이제 당신에게도 질문이 주어진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끝내야 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새로 시작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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