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요구되는 리더상은 무엇일까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9월 법인으로, 남들이 한창 새해부터 힘내보자는 말을 주고받으며 남은 올 한 해를 가늠하고, 인사 시즌에 이런저런 말들과 희비가 엇갈릴 순간에 이미 한 해의 3분의 1을 벌써 넘긴 뒤 내년 사업에 대한 방향성을 논의하고 있다. 아마 곧, 2-3개월 뒤면 사업계획을 시작하고 또 숨 가쁘게 바쁜 시기가 오겠지.
재무팀으로서 내년도 회사 사업의 청사진을 가늠해 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일 중 하나지만, 팀장으로서도 매번 인사팀에서 요구받는 고정적인 내용이 있다.
하나는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항상 힘써달라는 부분(이라고 쓰고 직원들이 퇴사하지 않도록 해 달라는 것 같지만), 그리고 또 하나는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팀장 본인들의 노력을 아끼지 말아 달라는 주문이다.
며칠 전 조직구성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워크샵을 다녀온 적이 있다. 전체 재무실 구성원들이 모여 현재 우리 조직의 만족도가 높지 않은 이유와,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더 합리적인 조직을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내용이었다.
합리적인 조직이 무엇인가에 대해 차치하고서, 개인적으로 팀장을 몇 년간 해오며 느꼈던 점은, 내가 신입사원 때부터 지금까지 직장 생활을 10년 넘게 하면서 겪고 배웠던 리더십과 현재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에 분명한 간극이 있다는 점이다.
예전의 리더십은 굉장히 강력했다. 쉽게 말해서, '나를 따르라'라는 장군보다 '저곳을 점령해라'라는 대장군의 역할을 생각하면 된다. 리더의 강력한 결정 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 구성원들. 그리고 그 결정이 틀렸을 때, 리더는 책임을 졌다.
그 과정에서 물론 뒤따르는 폐해도 많았다. 리더의 결정권이 강하니 권한도 강했고, 책임에는 항상 부패와 아첨이 뒤따르는 법이다. 라인 타기, 줄 서기, 일정 레벨이 되면 정치도 필요하다 같은 말이 정석과도 같이 들리던 시절.
지금의 리더십은, 조금은 달라진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뒤에서 명령하는 사람이 아닌, 앞에서 이끌어 주는 Lead 하는 사람이 참된 리더라고 인식된다. 모범을 보이고 문제를 같이 고민해 해결해 줄 수 있는 해결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까워지기에 벽이 있는 존재.
과거의 리더십을 보고 자란 세대는 이제 리더가 되어 그 리더십을 실천하려 하지만, 바뀐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리더상을 충분히 받아들일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아마, 그래서 애먼 팀장들을 열심히 갈아대며 부족한 시간을 채우려고 하지 않나 싶다.
글의 제목에서 오는 '따라 와'와 '같이 가'라는 말의 차이는, 대부분의 조직에서 겪는 리더들이 생각하는(또는 자기들이 배워 왔기 때문에 그 리더상을 목표로 삼고 이제 실천하고 싶어 하는) 리더십과 현세대의 구성원이 요구하는 리더상의 간극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차이일 것이다.
사실, 가장 간단한 해결책은 현재의 리더들이 과거의 리더상을 버리고 지금을 살아가면 될 일이겠지. 하지만 사람이란 건, 관성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겪어온 삶의 궤적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에 쉽지 않다. 일신우일신이라는 말을 새기면서도, 가장 익숙하고 편한 것을 반복하는 건 본성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도 차라리 자신이 변화하지 못할 것을 깨닫고 이른바 '꼰대'임을 인정하고 요구하시는 분은 나은 편이다. 성공 방정식이 있고 지금의 내가 책임자니, 일단은 나를 따르고 다음 차례인 네가 이 자리에 오를 때 더 나은 방식으로 바꿔 나가라고 솔직하게 말하시는 분에겐 미래를 볼 수 있다.
물론, 나 또한 중간관리자로서 밑의 팀원들에게 얼마나 현재의 리더상에 부합하는 인물일지는 알 수 없다. 꾸준히 대화를 하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려 한다 해도, 평가자와 피평가자 사이에는 언제나 깊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그 말할 수 없는 얇은 벽이 있기 마련이니까.
또한, 시대가 지날수록 변화된 요구상은 내가 느끼기엔 아직까지 그렇게 잘 정립되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강력한 리더십을 거부하면서도, 가장 필요할 때의 결정은 리더가 해주길 바라는 면이 아직까지는 깔려 있는 사회에, 리더상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변화하면서 다듬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