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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창문은 때로 과하게 차갑다

by Karel Jo Mar 0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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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루틴은 꽤나 일정하다. 나는 매일 아침 여섯 시 알람을 듣고 일어나며, 작은 방의 딸아이가 간밤에 혼자 잠들었는지 방문을 한번 열어 보고, 아직 깨지 않은 몸과 정신을 흔들기 위해 세수와 양치를 마친 뒤 아내와 아기가 자고 있는 방에 들어가 간밤에 밤수 했던 젖병을 들고 나와 씻는다.


젖병을 씻고 난 후, 옷을 갈아입고, 타이를 메고 간단히 버릴 쓰레기나 재활용품을 들고나가 서울로 갈 버스를 타기 위해 20분가량 정류장으로 걸어간다. 새로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아파트 주변엔, 아직 채 봄이 되지 않아 조금은 서늘한 아침 7시의 햇살이 고층부터 저층까지를 서서히 비추기 시작한다.


아파트 옆 사이로 가지런히 지어진 전원주택단지에 붙어 있는 플래카드는 아이러니의 상징과도 같다. 길가를 죽 따라 걷다 천변을 지나 얼음이 깨졌는지, 천변이 넘치진 않는지를 보며 걷다 보면 어느새 정류장에 도착해 나와 같이 서울로 나가길 기다리는 많은 직장인들이 오늘도 발을 구르며 시간을 재고 있다.


그렇게, 2층 버스에 올라 자리를 잡고 조금 더 달리게 되면 버스 안의 창문은 어느새 사람들의 입김 속에 뿌옇게 흐려져 버린다. 마치, 오늘의 시작이 맑고 투명했지만 곧 불투명한 하루의 사투 속으로 빠져야 하는 우리의 삶을 암시하듯이. 여덟 시 전쯤 태양은 이미 높이 올라 자신의 빛을 뽐내려 하지만, 이미 뒤덮인 창문 안으로는 어떠한 빛도 들어올 수 없다.


창문을 통해 바라볼 수 있는 풍경은 그다지 희망차지 않다. 희망차지 않다기보다는, 사실 단조롭다고 표현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용인 구석에서 서울로 가까워질수록 왼쪽, 오른쪽 어디에도 점점 고층 빌딩과 아파트 단지, 쇼핑몰들로 빼곡하게 채워지게 되며, 집으로 돌아가는 질서 정연한 일개미처럼 도로 위의 차들은 입구가 가까워질수록, 더 가깝게 차가워진다.


때로,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건강한 마음가짐과 건강한 생각을 가지라고 분명 얘기를 들었는데. 우리가 보는 광경에 어디에도 건강함이란 없다고.


물론, 이는 내가 여전히 생각이 부정적이고, 삶을 바라보는 시야에 내리깔림이 있어 좋은 것을 좋게 보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길가 어딘가에 피어난 들꽃 같은 데서도 충분히 행복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뿌연 창문을 공연히 커튼으로 쓱 닦아 내고 나면, 여전히 변하지 않는 빠르게 움직이는 도로 위에 떠다니는 자발적 구름들만 눈앞에 밟힌다. 바람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뚜렷한 목적성을 가진 채 검은 한숨을 뒤로 토해내면서.


사실, 오늘은 어느 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한 날일 수도 있다. 금요일이니만큼, 더 기분 좋게 웃어넘길 수도 있고 동료들을 만나면 좋은 주말!이라고 경쾌하게 웃으며 나이스한 직장 동료의 모습을 뽐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 차창 밖으로 보이는 모습은 그토록이나 차갑게 느껴질 때가 있다. 버스 안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한마음 한 뜻으로 서로를 무시하며 각자의 숨으로 창문을 뒤덮는 그런 날에는 더더욱이나.


금요일, 오늘을 보내면 내일은 또다시 주말이다.

나는 과연, 오늘과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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