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원어치만 주세요
군산 새벽시장은 구 시장 또는 새벽에 잠깐 열렸다 사라지는 일명 도깨비시장이라고 불린다. 새벽 4시부터 구 역전 종합시장 주변의 구시장로에 길거리 노점상들이 펼쳐진다. 시골 텃밭에서 직접 가꾼 각종 채소들을 팔기 위한 보따리 장사하는 사람들이 모여 형성된 장이다. 사람들은 장을 보러 손수레와 장바구니를 들고 군산 새벽시장에 모여든다.
"아줌마! 고구마순이 싱싱해. 한 움큼에 삼천 원인데 두 개 사면 오천 원에 줄게."
유심히 고구마순을 힐끗거리니 장사하는 할머니가 불러 세운다.
"이 고구마순으로 김치 담으면 맛있나요? 싸게 많이 주세요."
흥정이 이루어지고 장바구니에는 고구마순에 덤까지 듬뿍 채워진다.
새벽시장에서는 단돈 만 원이면 한 끼 밥상이 차려진다. 콩나물이 천 원, 호박잎이 이천 원, 대파도 천 원, 오징어 한 바구니 오천 원이다. 원하는 물건을 천 원부터 흥정하여 살 수 있다. 열무 한단도 오천 원이면 충분하다"천 원어치만 주세요."가 가능한 시장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벽시장에 나오는 물건들이 달라진다. 봄에는 달래, 냉이, 시금치 등 나물이 흔하다. 여름에는 고구마순, 호박잎, 옥수수 등이 있다. 가을에는 김장거리들이 즐비하다. 채소뿐만 아니라 어판장에서 경매로 들여온 생선들도 많다. 군산의 명물인 서대, 조기, 갈치에 이어 홍어까지 싱싱하다. 수박, 참외 등의 과일들도 가성비 좋게 살 수 있다.
군산에도 롯데마트, 이마트, 식자재마트 등 대형 마트가 들어섰다. 대형마트는 구역마다 물건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편하게 살 수 있다. 언제라도 시원하고 쾌적하게 장을 볼 수 있다. 주차장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도 새벽시장을 찾아오는 소비자들은 꾸준하게 많다. 엄마 손을 붙잡고 장보기를 따라나섰던 추억 때문일까? 더불어 길거리에서 주름진 할머니와 주고받는 말 한마디와 본 품 외에 얹어주는 덤이 매력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군산 새벽시장은 구시장로와 대명로로 연결되는 도로에 형성된다. 역전이 이전하기 전에는 군산행 비둘기호 첫차에는 보따리 장사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오산역에서부터 임피, 대야, 개정역이 서는 곳마다 텃밭에서 채소를 이고 지고 나온 사람들이다. 열차가 군산역에 도착하자마자 보따리 장사하는 사람들은 뛰기 시작한다. 남들보다 한걸음이라도 빨라야 목이 좋은 자리에 물건을 펼칠 수 있다. 짐보따리를 던져 놓은 자리에 누군가 새치기를 하면 막말이 오가며 몸싸움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하며 장사하는 사람들은 점점 억척스러워진다.
"임피에서 타는 순례가 안 보이네."
"언니 아들이 서울로 대학 들어갔대요. 서울 가서 일주일은 못 와요."
그런 와중에도 서로 안부 인사를 주고받고, 언니 동생으로 가까워지고 친분도 두터워진다.
도시 확장으로 인해 군산역이 내흥동으로 이전하였다. 역전 자리에는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역전이 사라지고 보따리 장사하는 사람들은 역전 광장에서 구시장로 변으로 시장을 옮겼다. 기차가 아닌 이른 아침에 출발하는 버스로 옮겨 탔다. 버스에는 보따리 장사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고 기사님은 짐차가 됐다고 투덜거렸다. 버스가 도착하면 역시 자리를 차지하려고 달려야 한다.
군산 새벽시장에는 추석과 설날의 양대 명절에는 손님이 너무 많아서 발 디딜 틈이 없다. 본가를 방문하는 아들, 딸들 음식 장만을 위해 각종 음식재료를 장만하느라고 너도나도 장바구니가 가득 찬다. 주변도로에는 장 보는 사람과 출근하는 자동차가 한꺼번에 엉켜 복잡하기 짝이 없다. 경찰이 수신호를 차량 통행을 지원해야 정체가 풀린다. 특히 김장철에는 배추와 무가 산떠미처럼 쌓여 있다. 김장용 양념으로 마늘, 양파, 고추도 무더기로 방출된다. 김장을 준비하는 주부들은 물건이 싱싱하고 가성비 좋은 새벽시장에서 장을 본다.
시골에서 물건을 내다 파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텃밭에서 열무를 다듬어서 시장에 내다 팔 면 만 원에서 삼만 원 수입은 된다. 수입이 많은 날은 십만 원도 들어온다. 번 돈으로 농사꾼은 생선도 사고 생필품도 산다. 그렇게 번돈으로 자식들을 대학까지 보냈다.
군산시에서는 재래시장 살리기 정책으로 시장 상가 정비 작업을 했다. 상점마다 리모델링을 지원하고 대형 주차장을 완비하고 교육시설과 화장실을 구축하였다. 상가주인들은 가게 앞에서 약간의 자릿세를 내고 물건을 내다 팔았다. 시장에는 원거리 트럭 상인들도 합세하여 물건을 팔고 나간다. 길거리 장사들은 시장 상인에게 자꾸 밀려 대명로 주변에서 좌판을 펼친다. 여전히 새벽시장에는 장사하는 사람들과 소비자들로 북적거린다.
여행을 가보면 야시장에서 인파에 휩쓸려 먹거리를 찾아 먹는 것이 재미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인사동이나 명동에서 K-문화를 즐긴다. 전통 한옥에서 사진을 찍어 인스타에 올린다. 야시장에서 떡볶이와 호떡을 사 먹는다. 야시장 때문에 일부러 도시를 탐색하고 여행지를 결정한다.
군산을 여행 온 관광객들에게 군산 새벽시장을 알리는 방법은 없을까? 관광객들은 주로 근대역사 문화거리와 일제강점기의 가옥들과 사찰을 방문한다. 이성당에서 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매운 짬뽕을 먹고 간다. 새벽시장에도 관광객들이 모여들면 좋겠다.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새벽시장이 관광상품으로 널리 알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고 싶다.
군산 새벽시장은 가성비 좋은 친환경 먹거리를 찾는 주부들의 발길이 지속될 것이다. 현지인들만이 찾아 오는 시장이 아닌 관광객도 찾아 오는 시장으로 성장해야 한다. 새벽시장이 군산의 명물 시장으로 발돋음하는 미래를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