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자매의 울고 넘는 박달재와 등목
땡자매는 셋 중 한 명이
'우리 여행 갈까?'라고 말하면 무조건 떠난다. 무더운 여름에 열심히 일한 땡녀가 쉬고 싶다며 휴가를 제안했다. 우선 제주도행 비행기 티켓 예매부터 알아봤다. 여름 성수기라서 원하는 기간에 티켓이 없었고, 가격도 비쌌다.
'강원도는 어때?' 땡녀가 이번에는 육지로 휴가를 떠나자고 말한다.
'응, 난 다 좋아."
'강원도는 멀고 2시간 정도 걸리는 제천은 어때?'
땡숙이 언니는 항상 나와 동생의 의견을 존중하여 무조건 좋다고 했다. 9월 둘째 주에 제천 포레스트 리솜으로 휴가를 떠나는 것이 그렇게 결정되었다.
제천으로 떠나기 전에 세부 계획을 세우기 위해 카페에서 만났다. 이번에는 땡숙 언니가 조카를 데리고 나왔다. 조카는 노트북까지 들고 와서 이모들의 휴가 계획을 도와줬다. 조카는 인터넷 맛집과 이모들이 할 수 있는 관광 코스를 추천해 주었다. 첫째 날은 가는 길에 충주호나 활옥동굴을 관광한 후에 매운탕을 먹고 제천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한다. 둘째 날에는 제천에서 스파를 즐긴 후에 단양으로 가서 고수동굴과 단양잔도길 산책을 한다. 셋째 날에는 오전에 체크아웃을 하고 제천의 청풍호 케이블카를 타고 귀가한다는 계획이었다.
아침 8시에 땡녀네 집에서 모여서 제천 휴가여행이 시작되었다. 우리 셋은 너무 많이 닮아서 누가 봐도 자매임을 알 수 있다. 아빠를 닮아 작은 키에 엄마를 꼭 닮은 얼굴 생김새이다. 셋이 가까이에 모여 살면서 서로 통화하고, 만나서 차 마시고, 맛집이 생기면 먹으러 간다. 매월 회비를 내고 1시간 이내 운전 거리는 사전 계획 없이 떠난다. 만나면 즐겁고, 친구보다 가까운 자매들이다.
쉬면서 운전하여 3시간이 정도 달려오니 제천 숙소에 거의 다 왔다. 박달재만 넘어서면 숙소인 포레스트 리솜에 도착한다. 박달재는 박달도령과 금봉 처녀의 애틋한 전설이 있다. 1948년에 '울고 넘는 박달재'는 반야월 작사, 김교성 작곡으로, 박재홍이 노래한 전통 가요이다. 박달재 고개 이정표를 보니 갑자기 트로트가 툭 튀어나왔다.
'천둥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
땡녀도 따라 부른다. 돌아가신 아빠의 십팔번 노래였다. 아빠는 막걸리 한잔에 기분이 좋으면 이 노래를 불렀다. 아빠가 유일하게 끝까지 가사를 기억하여 부를 수 있는 노래였다. 겨울 농한기에 이웃들끼리 모여서 한잔 술을 마시면 흥이 나신 아빠가 '천둥산~' 하고 노래를 부르면 어린 나도 흥얼흥얼 따라 불렀다. 그때처럼 자동차 안에서 셋이 '울고 넘는 박달재'를 소리쳐 부르며 박달재를 넘어 포레스트 리솜에 도착하였다.
포레스트 리솜은 해발 500m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 펜션형 독채와 레스트리 호텔형 숙소가 있는데 우리는 호텔형 숙소에 배정을 받았다. 산속이라 덥지도 않고 선선하였다. 리조트 주변을 산책하는데 숲 속이라 저절로 힐링이 되었다. 리조트에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어린 아기를 안은 부부와 부모님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의 여행객이었다. 또 기업체에서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워크숍이 운영하기도 했다.
포레스트 리솜 안에서는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식음료는 한식, 레스토랑, 샤브샤브, 일식, 바베큐, 카페 등 취향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다. 놀거리로 피시방과 노래방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해브나인 웰니스 스파가 좋다고 알려진 곳이다. 식당이나 스파를 이용하려면 가격이 비쌌다. 스파 이용권은 60,000원인데 사전 구매를 하면 할인하여 42,000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
숙소에서 땡자매는 밤새 이야기 꽃을 피웠다. 처음에는 건강이 키워드다. 요즘 어떤 운동을 하는가부터 시작해서 건강식품을 서로 공유한다. 하지만 그건 시작일 뿐이다. 우리는 점점 과거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어린 시절 모여서 엄마, 아빠랑 함께 살던 시골집으로 돌아간다. 학교 다니던 이야기, 방과 후에 놀았던 이야기를 한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신 부모님을 떠올리며 울다가, 웃다가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시원한 캔맥주를 한잔 마시면 목소리가 높아지고 점점 흥이 난다. 화투를 준비하면 고스톱을 치거나, 삼육구 같은 게임으로 밤새 깔깔 거린다.
둘째 날은 청풍 호수로 가서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다. 정상에 도착하니 구름이 자욱하여 파란 하늘을 볼 수 없었으나 호수를 내려다보니 좋았다. 타임캡슐과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멋지게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갖은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고 정상을 한 바퀴 돌아 내려왔다. 점심으로 '약채락 성현'에서 갖은 산채 나물과 버섯전골을 먹었다.
오후에는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스파를 했다. 해브나인 웰니스 스파는 힐링 스파존, 아쿠아 플레이존, 인피니티 스파존, 밸리 스파존이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프라이빗 스톤 스파였다. 예약제로 한 사람씩 스톤 안에 들어가 15분 정도 스파를 할 수 있다. 소나무 숲 속에 커다란 스톤 욕조가 있고, 그 안에 들어가면 파란 하늘이 보였다. 혼자서 즐기는 노천탕인데 어린 시절 목욕했던 다라이가 생각났다.
어린 시절 여름에는 작두펌프로 품어 올리는 우물가에서 등목을 했다. 어스름한 저녁에 팬티만 입고 찬물을 바가지로 퍼부으면 온몸이 오싹하니 너무 시원했다. 아빠는 등목을 좋아했다. 늦은 저녁에 엄마가 바가지로 물을 끼얹어 등목을 해주면 너무 시원해했다. 겨울에는 목욕이 쉽지 않았다. 엄마는 큰 솥에 물을 가득 끓여서 목욕 다라이에 퍼부었다. 그리고 언니부터 나, 동생이 다라이 안에 같이 들어가 몸을 불린다. 우리는 한참을 물속에서 장난을 치고 놀다 보면 때가 저절로 불었다. 엄마는 우리 몸의 때를 빡빡 밀었다. 때를 미는 손길은 따가워서 이리저리 피하다가 손바닥으로 한 대씩 얻어맞기도 했다.
마지막 날 아침에 숙소 주변을 한 시간 정도 산행을 하고 조식뷔페를 먹기로 했다. 8시에 출발하여 숙소에서 감자바위까지 1시간 정도 땀을 흘리며 걸었다. 땡숙 언니는 다리가 아프다며 중간에서 쉬었고, 나랑 땡녀는 정상까지 빠르게 걸어서 내려왔다. 조식뷔페는 48,000원으로 비싸서 2박 3일 중 딱 1끼만 먹었다.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으면 부자라고 했던가. 나도 돈 생각하지 않고 먹고, 잠자고, 놀러 다니고 싶다.
땡자매가 함께한 제천의 리솜 포레스트는 힐링 여행이었다. 처음 조카랑 계획을 세울 때는 충주와 단양까지 관광할 생각이었으나, 우리는 2박 3일 동안 리조트에 머물렀다. 리솜 포레스트는 숲 속에서 자연과 함께 힐링하고 싶은 가족들을 위한 공간이었다. 땡자매는 박달재를 넘어가며 아빠의 십팔번인 대중가요를 신나게 불렀고, 프라이빗 스톤 스파에서 엄마의 목욕 다라이를 추억해 냈다. 모름지기 땡자매는 모이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 웃다가 울다가 밤을 새운다. 그리고 항상 하늘에 계신 부모님을 추억해 낸다. 땡자매는 그곳이 어디건 함께여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