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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을 찾아서

불쾌를 곁들인 끔찍한 식사의 장, 그로테스크 영화 <서브

by 대웅정의 끄적끄적 Mar 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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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트랙 소속 리뷰어 대웅정의 끄적끄적 입니다.

신예 감독 코랄리 파르자는 2017년 영화 <리벤지>로 장편영화 데뷔를 한 후, 2024년 제77회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감독으로서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녀의 이전 작품인 <리벤지>는 강렬한 여성 복수극으로, 세련된 연출과 폭력적인 스타일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러한 연출 스타일은 그녀의 두 번째 장편 영화 <서브스턴스>에서도 한층 더 강하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코랄리 파르자의 리벤지코랄리 파르자의 리벤지

<리벤지>를 먼저 본 관객이라면, 코랄리 파르자가 이번 작품에서도 강렬하고 도발적인 스타일을 유지했다는 점을 알게 될 것입니다. 특히, OST는 듣는 내내 광기 어린 분위기를 조성해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의 이야기를 해볼까요?  


영화의 시놉시스는 간결하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깊이 있습니다. 핵심 주제는 모두가 동경하고 찬미하는 ‘젊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때 오스카상을 수상하며 사랑받던 스타였던 주인공 엘리자베스 스파클(데미 무어 역)은 50대가 되어 프로듀서에게 해고당하는 최악의 생일을 맞이합니다. 해고 직후 차 사고를 당한 그녀는 병원에서 만난 젊은 간호사로부터 ‘서브스턴스(Substance)’라는 단어가 적힌 수상한 USB를 건네받습니다. 이후 엘리자베스는 젊은 자신과 늙은 자신 사이에서 갈등을 겪으며, 점차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자신의 자아를 마주합니다. 이는 젊음을 유지하려는 필사적인 욕망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착취의 이야기이며, 결국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파국적 결말로 치닫습니다.  

약 하나로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약 하나로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젊음에 대한 욕망을 감독이 표현하는 방식으로 선택한 것은 “식사”입니다. 우리에게 식사는 일상적으로 필요한 행위입니다. 영양소를 섭취하고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는 행위는 생명체에게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감독은 인물들이 이 필수 요소인 “식”을 극단적으로 왜곡시켜 놓았습니다. *서브스턴스*에서의 식사는 “더럽고”, “역겹고”,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합니다.  


방송국 PD의 쩝쩝거리는 식사, 분노로 가득 차 폭식하는 모습, 그리고 먹지도 않을 음식을 난장판처럼 만들며 망가지는 엘리자베스. 감독은 이 모든 장면을 통해 ‘식사’의 의미를 뒤틀어 놓습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식”은 생물학적으로 필수적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점점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패션 모델들의 극단적인 식사 제한이나, 다이어트를 위한 과도한 식이요법 같은 것들이 그 예입니다.  

혹은 욕망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뇌의 가짜 신호에 속아 야식을 시켜 먹고 후회하는 우리의 모습도 마찬가지입니다.  


감독은 이를 파고들어 표현합니다. 작중 등장인물을 넘어서, 사회가 추구하는 최고의 미적 가치인 “젊음”을 해하는 행위로 “식사”를 지정했습니다. 젊고 아름다운 몸인 “수”가 늙고 보잘것없는 “엘리자베스”의 복수에 가까운 식사행위를 혐오스러워하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과도한 영향소를 섭취하여 망가진 몸은 결국 대중들의 시선에서 외면받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감독은 우리가 소비하고 찬양하는 ‘젊음’이 결국 얼마나 잔혹한 기만인지 보여줍니다. 우리가 욕망하는 이상적인 몸이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그 희생을 외면한 대중들이야말로 이 끔찍한 파국의 공범이라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젊고 아름다운 나, 그리고 늙고 아름답지 않는 나. 당신이라면 무엇을 선택하고 싶은가?젊고 아름다운 나, 그리고 늙고 아름답지 않는 나. 당신이라면 무엇을 선택하고 싶은가?

감독은 일상적인 욕망인 식욕을 <서브스턴스>라는 영화를 통해 불쾌한 것으로 해체하여 많은 이야기들을 늘어 놓았습니다. 이런 그녀의 스타일에 반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음은 어떤 자극적인 요리를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이상 대웅정의 끄적끄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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