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
며칠 전 서메리작가님의 책을 읽다가 첫 소절부터 너무 와닿는 말이 있었다
작가분의 친구는 직업이 경찰이었는 데 대화 내용은 이러했다
친구 : 야, 수사하기 가장 힘든 범죄자가 어떤 타입인 줄 알아?
작가 : 어떤 사람인데?
친구 : 자기 자신을 속이는 부류야
작가 : ??
친구 : 남을 속이려고 하는 인간들은 일단 증거가 나오면 혐의를 인정하고 자백을 하거든? 근데 범죄자가 자기 자신을 속이면 답이 없어. 스스로 사실과 다른 스토리를 만들고 굳게 믿어버리니까, 사진이나 cctv 같은 명백한 증거를 들이대도 절대 아니라고 박박 우기는 거지. 이런 놈들은 절대 반성도 안 하고, 판결이 나와도 받아들이지를 않아.
나는 이번해에 경찰관이 수사하기 정말 힘들다고 지칭하는 범죄자 부류를 세명이나 만났다. 심지어 같은 해에 세 번이나 일이 터졌다.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이 지옥 같은 생활을 한번 써 보려 한다. 글을 쓰는 이유는 나 같은 상황을 다른 사람이 겪지 않았으면 하고, 혹시나 주변에 이런 일이 생길 조짐이 보인다면 피해자를 꼭 말려줬으면 좋겠고, 세상은 생각보다 더 범죄자가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에 마음이라도 풀 곳을 찾기 위해서이다.
지옥의 시작은 약 2년 6개월 전부터 시작되었다. 28살에 4살 차이 오빠와 결혼을 해서 신혼 3년 차에 접어들었을 때 남편은 사업을 같이 할 사람이라며 덩치 큰 남자 한 명을 소개했다. 평소에도 사람을 잘 믿고 어디서든 희생정신이 투철한 남편이 또 어디에서 이상한 사람과 연관된 건 아닌가 의심했다. 우선 내가 아는 남편은 사업할 사람이 아니었다. 사업은 이윤이 남아야 하는 데 남편 성격상 남는 장사는 절대 안 할 사람이었다. 예전 연애시절 남편이 카페 매니저로 일할 때에도 아르바이트생이었던 나에게 본인이 사장이 되면 아르바이트생들 주말에 꼭 쉬게 하고 힘든 일 절대 안 시킬 거라고 했던 말을 잊을 수 없다. 그때 당시 내가 말했던 게 "오빠는 사업하시면 안 될 거 같아요"였다. 그런데 갑자기 사업이라니, 남편이 데리고 온사람은 이름은 위준범. 남편영수보다 12살이 많았고 막일하면서 만난 사이였다. 거의 1년을 함께 일하며 영수와 준범은 친분을 쌓았고 준범은 10년 전 부산에 한 골목을 다 휘어잡으며 장사를 해본 경험이 있다고 하며, 본인말대로만 하면 절대 망할 수 없다며 큰소리쳤었다. 지금 보면 누가 봐도 전형적인 사기꾼기질이 보이지만, 그 사람은 아내와 아들도 있었고 영수는 그 사람 집위치도 알고 있었으며 영수에겐 이미 믿음직스러운 형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땐 돈을 가지고 도망가는 것만 사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했었다. 다른 의미로도 사기를 당할 수 있다는 건 생각도 못했다. 내가 원하는 조건은 동업계약서 쓰고 망해도 같이 망하고, 흥해도 같이 흥하면 된다 단지 이것 하나였다. 그렇게 말만 "동업"인 가게 오픈되었다.
처음 우리의 계약은 간단했다. 각자 2억씩 가져오고 개인대출은 각자 상환하며, 가게 이익은 딱 반으로 나누기. 어렵지도 않은 일이었다. 일반적인 동업이라는 의미가 이런 의미니깐. 동업출자금을 마련한다고 은행을 방문했을 당시 준범은 본인의 집을 부동산에 내놓았지만 팔리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자금이 급하다며 재촉하였다. 영수는 은행직원에게 최대한 빨리 나와야 한다며 심사를 서둘러 달라고 부탁하기도 하였다. 한참 코로나가 끝나갈 시기로 좋은 위치에 유명한 체인점가게를 여는 것이라서 영수는 첫 사업에 한층 들떠있었다. 그렇게 우리의 자본만으로 가게를 오픈하게 되었다. 준범은 집이 팔리기 전까지는 돈이 없기 때문에 우리 자본으로 주류대출과 사업자대출을 해서 사업오픈 비용에 쓰자며 대신 이자부담이 있을 수 있으니 본인단독명의로 사업자 낼 것을 요청했고, 6개월 뒤에는 공동명의로 바꾸겠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준범명의로 가게를 열게 되었다. 우리의 자본만으로.
그때부터 나에겐 지옥이 시작되었다.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남편은 어느 순간 준범을 가족보다 더 의지하면서 모든 걸 신뢰하게 되었고 나만 아끼고 사랑해 주던 영수의 모습은 어느 순간 사라져 있었다.
사업오픈 전 하루는 영수가 쉬는 날. 준범에게 전화가 왔다. 오늘은 무조건 아들이 포켓몬 빵을 사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포켓몬빵을 사서 집에 혼자 있는 아들에게 전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 전화를 받은 영수는 형님이 나한테 부탁할 정도면 아주 급박한 상황일 거라며 나를 설득시키려 했다.
나는 “초등학생 아들이 오늘은 꼭이라고 말했다면 며칠 동안 얘기했다는 말이고 심지어 우리 집 근처에는 던킨도너츠가 없잖아, 즈그네 집 상가에는 있는 걸 심부름꾼도 아니고 준범도 오후출근이면 충분히 아내든 지든 살 시간 충분히 되는 데 왜 자기가 가려고 해.. 일부러 지가 우위에 있다고 시켜 먹는 거 같다.. 나 같으면 친한 사이일수록 이런 부탁 안 할 거 같다”라고 가지 말라고 울면서 말렸지만 영수는 확고했다
결국 영수는 한 시간 걸리는 준범의 집 가는 길에 그 당시 핫했던 포켓몬빵을 찾으러 매장 두 군데를 들렸다가 최종적으로 준범의 집 밑에 있는 곳에서 포켓몬빵을 사서 전달했다. 영수돈으로.
단지 영수에겐 의리의 행동일 뿐이었다.
처음 오픈을 한 이후에 장사가 너무 잘 돼서 영수는 오후 2시에 출근을 해서 새벽 4-5시에 집에 오는 게 일상이 되었다. 장사가 너무 잘되었다. 그냥 옆에서만 봐도 잘됐다. 매장을 가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오픈하고 한 달이 지난 뒤에도 준범은 출자금을 들고 오지 않았고, 수익분배조차 없었다. 결국 기다리다 참지 못한 나는 준범을 찾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