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2
준범은 내 모든 연락은 무시하며 영수와 함께 일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영수를 통해 가게에 준범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나는 무작정 준범을 찾아갔다. 찾아가는 길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정작 찾아갔는 데 ”너무 바빠서 문자를 못 봤다. 너무 잘되고 있어서 정신없었다. 2억 못 들고 온건 너무 미안하다. 이번달 안에 어떻게든 넣겠다.”라는 말들을 하면 언제까지 기다려준다고 해야 하지? 아님 돈 들고 오기 전까지 그럼 우리한테 수익을 더 달라고 해야 하나? 그래야 공평하니깐. 하지만 나의 고민이 무색하게도 준범은 내가 상상하지 못한, 상상하지 못할 말들을 내뱉었다
"잠깐 얘기 좀 하시죠.."
"아니 왜 계속 보자고 하노"
"아니 약속하신 금액 안 들고 오셨잖아요. 2억, 언제까지 들고 오실 거예요?"
“넣었잖아요”
(당당히 2억 가져온 거처럼 말해서 순간 말문이 막혔었다)
“… 2억 넣으셨다고요? 그럼 통장내역 보여주세요”
"보여줄게 뭐 있어요 , 지금 이 가게 지어진 거는 어떻게 말할 건데"
"이건 저희 돈으로 한 거잖아요"
"이게 2억으로 될 거 같아요? 내가 아는 사람한테 공사대금 좀 늦게 주는 거로 해서 지금 미룬 거야"
"아니 그러면 결국엔 저희 자본으로 번 돈을 거기 갚을 거라는 말이잖아요.. 그건 똑같이 투자를 한 게 아니죠"
"아니 그리고 까놓고 말하면 그거 빛나 씨 돈도 아니잖아, 은행돈인데 뭘 그렇게 생색내노"
(여기서 할 말을 잃었다.. 준범은 심지어 신용불량자라서 대출도 불가한 사람이었는데 내 신용으로 빌린 건 내가 빌린 게 아닌가..? 이게 무슨.. 말이지? 싶어서 벙져있었다)
"그리고 우린 다 같이 잘 먹고 잘살자고 하는 건데 내가 사장이 아니고 여기 직원 모두가 사장이에요 네? 그러니깐 우리 알아서 잘하니깐 말하지 마세요"
(아니 이건 또 무슨.. 사장이 왜 여러 명이라는 건가..? 자원봉사로 시작한 것도 아닌 데 다 같이 잘 먹고 잘 상자를 왜 내 돈으로 정하는 거지? )
"아니 왜 사장이 여러 명인 데요? 돈은 우리 오빠만 넣었는데 그 말이 이상하잖아요"
"어디 감히 여자가 남자들 사업하는 데 끼어들고 그래요. 내 아내는 나 사업할 때 입 한 번도 댄 적 없어ㅡㅡ“
(21세기에 저런말을..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덩치도 큰 사람이 나한테 험상궂은 표정으로 얘기하니 더 이상 말이 통할 거 같지 않았다. 이러다 내가 한 대 맞겠다 생각이 들었다.)
"알아서 잘할 거니깐 신경 쓰지 마세요"라는 말을 끝으로 우리의 대화는 어영부영 끝났다.
대화라고 할 수 있나? 대화는 서로 소통해야 하는 건데 난 전혀 소통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끝나고 나니 이런 생각만 들었다. 녹음기 켤걸.. 저런 말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날 집에 와서 혼자서 분한 마음에 잠도 자지 않고 영수가 집에 오기만을 기다렸다. 집에 온 영수에게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하였더니 "진짜 형님이 그런 말 했다고?"라는 반응이었다. "내일 형님이랑 얘기해 볼게"라고 한 영수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었을 거라고 믿었다.
다음날 영수는 형님이랑 얘기 잘했다며 갑자기 찾아와서 얘기해 당황스러워서 그랬다며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상황을 무마시켰다.
이날 이후로 나는 가게일에 손을 뗐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손을 떼려 했다. 혼자만 스트레스받고 내가 오히려 방해꾼이 되는 기분이었다. 또 이 시기에 나는 공무원준비를 시작하여서 신경 쓸 시간조차 없었고, 영수는 시작한 이상 열심히 돈 벌어서 아내 일 안 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사업에 대한 열정에 부스터를 달았기 때문이다.
손을 뗀다고 말한 후 며칠 안 가 어느 순간부터 나는 또 영수가 집에 오는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개업한 지 2달이 넘도록 수익분배가 일절 안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부는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하루종일 인강을 듣고 있어도 내 머릿속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새벽에 퇴근하는 영수를 기다려 밤낮이 바뀐 지는 오래되었다. 내가 대화를 시도해 볼 사람은 영수뿐이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