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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아이 부모가 주일학교 교사를 하면 좋은 이유

by 잰걸음

제가 주일학교 교사로 섬긴지 1년이 넘어갑니다.


사실 제가 주일교사를 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하선이가 4살 때 처음 유아부 예배에 가서 하도 난동을 부리니까 저도 덩달아 같이 예배를 보면서 아이를 전담 마크했습니다. 그 생활을 1년 정도 하니까 제가 빠져도 될만큼 아이가 많이 안정되었습니다.


해방된 마음으로 한동안 저만의 시간을 보내다가 아이가 6-7세 유치부로 옮겨가야할 때쯤 다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또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아직 말을 잘 못하는 시점에 언어량이 훨씬 더 많아지는 유치부에 올라간다는 것이 불안하더라구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아예 유치부 주일학교 교사가 되자!

그래서 작년에 처음으로 유치부 주일학교 교사를 섬기게 되었고 이제 1년이 넘어갑니다.


제가 자폐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주일교사를 하면서 느낀 좋은 점들을 공유해보겠습니다.



내 아이를 관찰할 수 있는 기회

저는 교사이지만 동시에 학부모이기 때문에 제 아이랑 같은 반으로 배정받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담당 아이들도 보면서 제 아이를 먼발치에서 관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사실 학교든, 센터든, 엄마 아빠가 교육현장을 내 눈으로 직접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과 섞여서 선생님들과 어떤 식으로 교류를 하는지, 예배의 어떤 부분을 힘들어하는지 등 아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저는 아이가 특히 신경써야 하는 것들을 예배 들어가기 전에 계속 주지시키고 집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서 훈련시키니까 확실히 나아지는 것이 보이더라구요. 물론 그렇다고 지금 예배의 자세가 100%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 모든 변화들을 내가 직접 확인 할 수 있기에 아이에게 명확한 피드백을 줄 수가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래 아이들을 관찰할 기회 (이게 더 중요!)

아마 다른 자폐 부모님들도 공감하실텐데 내 아이를 보다보면 헷갈릴때가 많습니다.

"이게 자폐 때문인가...?"


사실 이게 일종의 '낙인 효과'인데 조금만 이상한 행동이 나온다 싶으면 바로 자폐로 연결하는 건 부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부모로서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 대해서도 알아야한다는 점입니다. 또래 아이들의 습관이나 행동을 알아야 부모 스스로 분별해서 적절한 피드백이나 조치를 취할 수 있는거죠.


예를 들면, 저희 반 애들이 어쩌다 보니 다 남자애들인데 자꾸 남의 얘기를 '반대로' 얘기합니다. 예를 들면 예배 시작 전 매번 영상이 나오는데 그때 '예배 시간에 떠들지 않아요'라는 안내멘트를 아이들이 '예배 시간에 떠들어요~~'라며 장난치듯이 따라합니다.


그래서 저희 아이도 집에서 비슷한 반응이 나올때 너무 오버하면서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 너두 똑같구나...'라는 안도감이 들었죠.


특히 저처럼 외동만 있는 경우, 사실 다른 아이들을 관찰할 기회가 너무 적습니다. 그래서 전혀 기대하지 않은 효과인데 이게 저에겐 훨씬 더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하는 다양한 사회화 경험

유치부 교사를 하다보면 교사 관련 행사들이 있는데 자녀도 동행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교사수련회라든지 연말파티라든지 여러 행사에 아이를 데리고 다녔습니다. 사실 교사수련회는 지방으로 2박3일 다녀오는거라 조금 긴장이 많이 되었긴 하지만 친한 선생님들도 생기니까 용기가 나더라구요.


그래서 아이를 데리고 갔는데 다른 형, 누나들과 놀고 지역교회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찬송도 하고 낯선 곳에서 낯선 이들과 잠도 자는 등 아이에게는 너무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교사이기 때문에 아이가 함께 누릴 수 있는 거겠죠.




사실 아이랑 일주일 내내 뒹굴었는데.. 일요일까지? 그것도 다른 아이들을 맡으라고??... 라고 기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감히 얘기하건데 저희 아이 자폐 정도가 개선된 비밀병기 중 하나가 바로 이 교회 생활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믿을 수 있고,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는 공간… 찾기 어려운거 다 아실거에요.


주일학교 교사까지는 부담스럽다면 선생님께 요청드려서 예배실 뒤에서 관찰자로 계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아마 그것만으로도 많이 얻어가실 거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에 드는 비용은 거의 없다라는 점이죠. 비용 없이 아이에게 좋은 사회화 경험을 시킬 수 있는 주일학교 교사 혹은 교회 생활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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