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하선이는 유치원 특수반 소속이었고 점점 통합 시간을 늘려갔습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나타나는 부작용들에 대해서도 먼저 글에서 말씀을 드렸었죠.
아무래도 성인이나 나이가 더 많은 누나 형들 대비했을 때 또래 친구들은 훨씬 더 냉정합니다. 아직 또래 아이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별로 없다 보니 뒤늦게나마 몸으로 부딪히면서 체험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외동맘이다 보니 어떻게 가이드를 해야 하는지 감이 안 잡혔고요.
여기서 질문!
우리가 보통 아이들이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바랄 때 뭐라고 얘기하시나요?
가서 같이 놀자고 해봐
보통 이렇게 얘기하시지 않나요?
그런데 저희 ABA BCBA 선생님께 여쭤보니 그 말을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이유인즉슨, 아이들은 서로에게 의향을 묻고 놀지 않는다고.
그냥 자연스럽게 끼어들어서 재미있으면 같이 놀고, 딱히 재미없으면 다른 놀이로 넘어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같이 놀자"라는 말 자체를 하지 말고
그냥 친구들 옆으로 슬쩍 넛지 해서 들어가게끔 유도하는 것이 낫다고 하시더라구요.
이게 맞는 말인게, 안 그래도 말을 유창하지 못하는데 '같이 놀자'라고 얘기하면서 괜한 주목도 받고 또 상대방도 질문을 받았으니 답을 하되 '싫어~'라고 해도 강제할 수 없다 보니 더 어색해지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한 번은 저희 아이가 한 친구에게 '같이 놀자'라고 얘기하자 친구가 몇 번을 거절했는데도 집요하게 달라붙어서 친구가 선생님에게 이르러 갔더라구요. 선생님이 저희 아이 얘기도 들으려고 가까이 오니까 갑자기 우리 아이가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더니만...
"같..이.. 노는 거야!!!"
..라고 포효를 했다는 겁니다.
그런 모습은 유치원에서 처음이라 다들 놀랬죠.
다행히 선생님께서 잘 다독여주셔서 상황이 잘 종료가 되었습니다.
근데 여기서 반전은...
이 다음부터 저희 아이가 다른 친구들을 선생님에게 이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예전 본인이 당한 대로 똑같이 따라 하는 거죠.
저는 이런 경험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소 부정적인 경험이었을지언정 본인의 행동에 따라 상대방이 어떤 반응이 나올 수 있는지를 알게 되는 거잖아요. 그리고 역지사지해 보면서 상대방의 기분도 느끼게 되는 거고.
그래서 그런지 언젠가부터 아이가 '유치원 가기 싫어'라는 얘기를 잘 안 하기 시작했습니. 조금씩 적응해나가고 있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서 감사했습니다.
만약에 아이가 거부당하면?
아이가 '같이 놀자'라고 말을 하던 안 하던 친구들에게 거부를 당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혼자 놀거나 아니면 다른 친구들 찾아갈 수 있도록 유도해 주면 좋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놀이 훈련을 다양하게 해서 아이가 주변에 있는 다른 장난감 등을 잘 갖고 놀 수 있게 해야겠죠?
한 번은 유치원 선생님과 얘기를 하는데 그러시더라구요.
선생님에게 이르는 친구가 더 나을까요 아니면 저희 아이에게 무반응을 보이는 친구가 나을까요?
이르는 친구가 얄미울 수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무반응보다는 피드백이 왔다는 점에서 아이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정말 그 친구 덕분에 저희 아이에게는 유의미한 데이터베이스가 쌓인 것은 맞습니다.
이렇게 점점 다양한 친구들의 유형을 경험하면서 사회성이 길러지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