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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부분통합에서 완전통합으로 가는 여정

by 잰걸음

하선이는 5세에 시립유치원 특수반에서 시작했는데 아이가 조금씩 적응이 되면서 저도 그렇고 선생님들도 완전통합을 향한 욕심이 생겼습니다.


기존에는 '부분통합'이라고 오전에 1-2시간 정도 특수반 아이들이 통합반으로 가서 함께 놀고 수업받는 것을 하고 있었습니다. 일반반은 20명이 좀 안되고 특수반은 4명인데 통합할 때 원칙은 특수반 선생님, 보조 선생님, 공익분들도 다 같이 들어가서 아이들과 함께 한다는 점입니다.


학기 초 개별화회의를 통해서 연초 어느 정도 적응 후에 아이의 통합시간을 늘리자라고 합의를 해서 6월부터는 이 부분통합 시간이 지나고 다른 친구들은 특수반으로 복귀할 때 우리 아이만 일반반에 남기기로 했습니다. 30분부터 차차 늘려가되 여기서의 포인트는 우리 아이를 위한 전담 선생님이 붙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즉, 일반반 아이들과 동일한 담임선생님 한분만 계시고 다른 분들은 다 철수를 한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통합반 담임선생님도 우리 아이를 잘 아시지만 워낙 많은 아이들을 한꺼번에 관리하시니 밀착 케어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런데 6월이 채 가기도 전에 조금씩 이상 신호들이 나오더라고요.

o 거의 실수를 하지 않던 아이가 1주일 내내 교실에서 쉬도 하고 응가도 하고

o 늘 유치원 가는 것을 즐거워하던 아이가 '유치원 싫어!'라며 안 가려고 하고

o 소리 지르거나 화내는 법이 잘 없는데 갑자기 친구들 앞에서 폭발하기도 하고...


전담마크 선생님이 계시고 안 계시고의 차이가 아이에게는 너무 큰 차이였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희 아이가 그동안 또래 아이들보다는 어른들과 보낸 시간이 월등히 많다 보니까 또래 아이들과 노는 방법이 너무 서투르죠.


그래서 좋아하는 선생님들이 본인만 빼놓고 특수반으로 복귀하는 것도 서운하고 아이들과 함께 놀려고 해도 아이들이 어른들처럼 기다려주거나 맞춰주지는 않죠. 그래서 거부도 많이 당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친구 없어…”


이럴 때 부모의 마음은 한없이 약해집니다. 유치원이 왜 싫냐고 물었을 때 작은 소리로 친구가 없다고 얘기할 때는 진짜 가슴이 미어집니다.


선생님들도 그동안 보지 못한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놀라시더라고요. 그래서 한동안은 아이의 상태를 보면서 통합 시간을 조절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이가 성장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아이 반응의 진화입니다.


'같이 놀자'하면서 아이가 다가갈 때 거부당하면 처음에는 모른 척하면서 먼산을 바라본다거나 했다가, 그 다음에는 혼자 구석에 가서 눈물을 흘리고, 가장 최근에는 화를 냈다고 합니다. 화를 내는 것이 좋지만은 않지만 표현 방법의 문제지 그걸 혼자 삭히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표출을 했다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다행히 부르르 떨며 강렬한 포효를 한번 한 이후에는 진정이 되었는데 어쨌든 반복되는 상황에서 다양한 시도와 반응을 하면서 아이도 아프지만 생존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조금 더 편하고 자연스럽게 또래와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계기를 더 마련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유치부 교회 활동도 더 열심히 하고, 또래들이 노는 놀이터도 더 자주 가고, 언어치료도 이제는 선생님과 1:1이 아닌 1:2로 놀면서 사회성 연습도 하구요.


완전통합으로의 길이 쉽지는 않지만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다짐을 해봅니다.

아기를 절벽으로 떨어트리는 독수리맘의 심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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