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판정이 난 이후 초기에는 부모가 먼저 움츠려 들고 운신의 폭을 스스로 좁히게 됩니다. 남의 눈치 보느라 아이를 먼저 나무라거나, 더 안타까운 건 아예 시도 자체를 포기해 버릴 수 있습니다.
저희에게는 아이를 데리고 교회 예배를 가는 것도 망설여졌습니다. 교회가 큰 편이라 예배실이 공간이 넓다 보니 아이가 휘젓고 돌아다니기 딱이었죠. 그래도 큰 마음먹고 유아부 예배에 도전을 했는데 처음에는 다른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
첫 긴장감이 서서히 옅어진 후에 아이는 점점 활동 반경이 넓어졌습니다. 특히 음악이 나오고 율동하는 시간이면 자리를 이탈해서 돌아다니는 아이를 잡으러 다니느라 담당 선생님들의 노고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사랑으로 아이들을 섬기는 분들이시지만 그 많은 아이들 속에서 우리 아이만 집중 마크를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원래 유아부 예배는 아이들만 참여하는 건데 너무 힘드신 나머지, 급기야 엄마도 예배에 함께 해줄 수 없냐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참여해 보니 제가 봐도 답이 안 나왔습니다. 혹시나 뛰어다니다가 다른 아이랑 부딪히지 않을까, 설교 시간에 소란을 피우지 않을까 하고 계속 안절부절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예배 시간이 끝나고 나면 아이를 남편에게 던지다시피 하고 온갖 짜증은 다 내면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왔습니다.
이런 시간이 계속 반복이 되다 보니,
'이런 식으로 지속하는 것이 맞나?',
'조금 더 성장할 때까지는 집에서 온라인예배를 드리는 것이 더 맞지 않나'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그러다가, 이것이 단기에 끝날 문제가 아니라면 그냥 아이에게 수동적으로 따라가지 말고 훈련을 시켜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가 예배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관찰해 보니 예배실이 크고 공간 구분이 명확히 되지는 않다 보니 '자기 자리'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진행하고 있는 ABA캥거루 BCBA 선생님의 조언도 받아가면서 울퉁불퉁한 방석을 하선이 자리 밑에 두어서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것을 감각적으로 훈련시키 시작했습니다.
주중에 집에서 온라인 예배 영상을 틀어놓고 모의 훈련을 하고 그리고 주일마다 실전 연습… 이를 반복하다 보니까 아이도 조금씩 익숙해지는 것이 보였습니다. 물론 업앤다운은 계속 있고 아이와의 몸싸움은 늘 있지만 그 빈도는 서서히 줄어들었습니다. 결국엔 방석이 없어도 자리를 지키는 시간도 늘어났습니다.
그렇게 훈련하는 마음으로 1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니, 담임 집사님이 이제 분리하는 건 어떻냐고 물어왔습니다. 너무 감사한 말씀이지만 오히려 제가 아직 자신이 없어서 조금만 더 나와보겠다고 유보시켰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계속 관찰을 해보니 오히려 제가 있어서 아이가 더 기대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미치게 되었습니다. '엄마'라는 존재가 어쨌든 함께 있으니 조금은 더 편하게 행동을 하는 거죠.
그때서야 비로소 분리를 하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첫 분리 때부터 예상이 맞아떨어졌습니다.
아이에게 예배 가기 전에 '오늘부터 엄마는 바이바이하고 나중에 올거야', '네 반으로 가서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반 친구들 옆에 있어'라고 무한반복을 한 후 예배실 앞에서 인사를 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뛰어가는 아이를 바라보니 놀랍게도 자기 반으로 직행해서 선생님 옆에 앉았습니다. 원래 자기 반에 안 가고 실컷 다른 곳들 탐방하고 온 이후에나 겨우 자기 반으로 온 녀석이었는데...
걱정과는 달리, 예배 마치는 시간에 데리러 가니까 모든 집사님들과 전도사님께서 아이가 너무 잘 예배를 봤다고 칭찬해 주셨습니다. 물론 예배 중간에 흥분해서 강단 위로 올라가고 싶어 하는 소동도 있었지만 그것 빼곤 다 괜찮았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는 저와 아이는 분리해서 예배를 계속 보고 있습니다.
노파심에, 두려움에... 그리고 또 피곤함에 혹여 아이의 활동 반경을 좁히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씩 점검해 보는 것은 필요합니다. 아울러 나의 언행이 의도와는 달리 아이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건 아닌지도...
자꾸 감싸려고 하지 말고 정글에 내던지는 연습을 해봐야 합니다.
남의 눈치 신경 쓰지 말고 우리 아이가 더 많은 것을 혼자 겪고 이겨나갈 기회를 주는 것은 어떨까요. 설령 그 경험이 조금은 아플지라도...
"나는 아들이 당당하게 세상을 헤쳐 나가려면 집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스키와 승마, 댄스, 드럼 등 다양한 체험을 통해 아이의 시야를 넓혀 주었다...
고통스러운 도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세진이는 여덟 살 때 5킬로미터 마라톤을 완주했고, 아홉 살 때는 로키산맥 3,870미터 고지를 밟았다. 주위 사람들은 걱정했지만, 나는 사자가 새끼를 키우듯 세진이를 강하게 키웠다. 나약함은 자식에게 물려주는 최악의 유산이다.
그 덕에 세진이는 벌써 한국 장애인 수영계의 대표 주자로 우뚝 섰다."
<나는 멋지고 아름답다> 한국대표 장애인 수영 선수 출신인 김세진군의 어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