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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아이, 문센에 보내도 될까?

by 잰걸음

유치원 이외에도 아이의 사회화를 위한 활동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하고 도전하게 됩니다.


트니트니 같은 문화센터 프로그램은 자폐 아이를 보내기에는 처음에는 망설여졌습니다. 보통 50개월 이내의 아이들은 엄마랑 함께 동반해서 참여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더 눈치가 보이기도 했습니다.


혹시 아이가 민폐를 끼치면 어쩌지?

괜히 보내서 아이가 상처를 받으면 어쩌지?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경험을 시켜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에, 아울러 일반 아이들과의 접점을 최대한 늘려주라는 ABA선생님의 조언이 덧붙여져서 동네에 새롭게 생긴 트니트니 프로그램에 등록을 했습니다.


첫날의 기억은?

Disaster...


넓은 공간과 새로운 놀이기구 등에 흥분하는 우리 아이는 첫 시간부터 아주 난리였습니다. 선생님이 앞에서 어떤 얘기를 하던, 같이 수업에 참여하는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전혀 안중에도 없고 본인이 꽂힌 장난감이나 놀이기구를 향해서 돌진했습니다. 고삐 풀린 한 마리의 망아지처럼...


우선은 아이를 저지하는데 급급했습니다. 다른 데로 새지 못하도록 아이를 몸으로 막는 것이 아마도 누군가 우리 모자를 보면서 마치 로데오 경기를 보는 느낌이었을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처음이라 서로 어색한 분위기에 가시방석에 앉은 듯 너무 불편했고 수업 끝나고 선생님께 가서 사과도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담당 트니트니 선생님은 대수롭지 않게 반응해 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나자마자 "이건 할 짓이 아니다!" 라며 그만두고자 마음먹었습니다. 어차피 수업과 상관없이 자기 맘대로 놀 거면 편하게 놀이터에서 노는 것이 나은 듯했고 저 역시도 에너지 소모가 너무 커서 아이에게 짜증만 낼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하룻밤을 자고 나니,

'처음이라서 그랬을까..'

'한번 더 경험하면 적응하지 않을까..'

실낱 같은 희망을 않고 '한 주만 더, 한 주만 더...'라는 심정으로 결국 끊지 못하고 꾸역꾸역 매달려가며 버텼습니다.


당연히 금방 바뀌는 것은 없었습니다.

아이와의 씨름은 계속되었고 아이들이 활동할 때 핸드폰 보거나 수다 떠는 다른 부모들과는 달리, 저는 아이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선생님의 지시대로 활동하도록 계속 유도했습니다. ABA캥거루의 BCBA 선생님에게도 수업 영상을 보여주면서 지시를 잘 따르기 위한 촉구와 강화에 대한 팁을 얻어서 계속 적용했습니다.


변화는 아주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조금씩 선생님의 지시를 보기 시작했고 다른 아이들이 뭘 하는지 안테나를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아직 언어적인 이해도는 떨어지지만 눈치코치로 뭘 해야 하는지 감을 잡기도 하고 그래도 이해가 떨어지면 선생님이나 제가 가서 조금만 시범을 보여주면 금방 따라 했습니다.


매주마다 습관처럼 가는 이 시간들에 익숙해지니 심지어 이제는 반복되는 루틴은 그다음 순서를 기억해서 다른 아이들보다 제일 먼저 뛰어나가서 준비를 하기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결국 필요했던 것은 인내와 시간 그리고 훈련이었습니다.

트니트니를 다니면서, 아이에게도 당연히 좋지만 저에게도 정말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하면 되는구나



이 세상에 실패는 없고 '포기'만 있다...라고 읽은 책의 구절을 몸소 체험하면서 양육자로서, 그리고 한 인간인 나로서도 큰 용기와 자신감을 가르쳐준 경험이었습니다. 아이에게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음에 감사했습니다.





나는 비장애인에게 종종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가 무엇인지 아느냐?"라고 묻는다. 무엇일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는 '걸리는 시간'에 있다.


같은 일을 하는데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사실 한 가지뿐이다. 비장애인이 10분이면 하는 것을 장애인은 20분 동안 한다. 장애는 '시간 차이'의 문제이지 결코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의대에 입학해서 졸업하기까지 10년, 그때부터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증을 따기까지 8년, 또 보건소 의사에서 소장이 되기까지 20여 년.


내가 만약 비장애인이었다면 그 기간이 더 짧아졌을지 모른다.

그런다 중요한 것은 결국 나는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해냈다'는 사실이다.


-김세현 (뇌성마비 3급 장애인. 대한민국 첫 장애인 보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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