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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찰받은 빌라의 불법점유자를 어떻게 내보냈어?

by 잰걸음

Wife asks...

저러다 말겠지... 하면서 별로 신경 안 썼던 남편의 부동산 경매.

갑자기 '우리 낙찰됐어...'라고 얘기하는데

남편의 얼굴에 기쁨보다는 불안함이 표정에 묻어났다.

나는 전혀 모르는 경매의 '명도'라는 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낙찰받은 빌라의 불법점유자를 어떻게 내보냈어?




Husband says...

첫 번째 낙찰받았던 서초동 빌라는 정말 기대도 안 했지. 첫 입찰이자 첫 낙찰이었으니까.


그냥 입찰 경험이나 해보자 해서 임장도 안 했고 세입자 정보가 안 나오길래 당연히 비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지. 채무자에게 전화를 해보니 집이 비어 있다고 해서 가봤더니 비어 있긴... 누군가 살고 있더라고. 전혀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라 심호흡을 깊게 들이켜고 문을 두드렸지.


"저... 여기 낙찰자인데요. 여기 원래 아무도 안 계셔야 하는데 누구시죠?"

"저 여기 살고 있는데요"


황당해서 다시 채무자에게 전화를 해서 OOO라는 분이 살고 있는데요라고 얘기를 하니 "아~ 그 언니. 아는 언니인데 살고 있나 보네요."... 이건 뭔 시추에이션?!! 결국 세입자 전입 등록이고 없이 서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들어앉아 살고 있는 거야.


한마디로 불/법/점/유

우리나라는 점유자가 불법이라도 절대 함부로 끌어내지 못해.


유튜브에서 경매 콘텐츠 볼 때도 가끔 불법점유 얘기가 나오긴 했지만 내가 당첨될 줄이야... 그나마 법적인 세입자가 있으면 내가 연락을 해서 협의를 할 텐데 정보도 없고 미치겠는거지. 그래서 그냥 무작정 찾아가서 소리도 질러보고 겁도 줘보고 여러 가지를 해봐도 안돼서 진짜 뜬 눈으로 밤 지낸 날들이 많았다~


결국 저 사람이 원하는 것이 뭔가... 하고 계속 파고 보니 저렴한 가격에 이거를 팔던가 아님 자기한테 전세를 주던가 하는 거였는데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더라고. 예를 들어서 전세 가격이 3천만 원이면 이 사람이 부른 건 천만 원 정도ㅋ 내 생각엔 이 사람 좀 '꾼' 냄새가 나.


내가 취했던 전략은 처음부터 내가 당사자가 아니라 의뢰를 받은 대리인이라고 포지셔닝을 했어. 그래야 나도 그쪽도 너무 감정적으로 치우치지 않을 것 같아서. 그게 좀 도움이 된 것 같아. 협상할 때 한번 쿠션 치고 들어갈 수 있고 그쪽도 오히려 나한테 좀 진솔하게 자기 사정을 얘기를 하더라고.


그래서 어르고 달래서 겨우겨우 짐을 빼게 한 후 비밀번호를 바꾸고 문을 닫아버렸어. 어쨌든 본인이 다 짐을 뺐고 난 현장을 동영상으로 다 찍어뒀기 때문에 명도는 끝난 거야. 그 후에도 계속 실랑이를 하면서 결국 이사비 정도 드리고 명도를 마무리할 수 있었어.


마지막에 헤어질 때 그 점유자가 그러더라고.

"나중에 한번 일이나 같이 해봅시다"


뭘 같이 하자는 건지는 모르겠지만ㅋㅋ

나름 자기도 좀 하는데 내가 하나도 안 지니까 '이 놈 봐라?' 하는 느낌ㅎ


암튼 결국 난 신축 빌라를 받을 수 있었어.

덕분에 첫 입찰의 경험을 찐~하게 했지.




Wife thinks...

나는 문제가 생길 때 회피형인데 남편은 돌파형.

남편한테 떨리지 않냐라고 물으면 자기도 긴장한다고 한다.

하지만 차이점은 남편은 피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자기 방향대로 갔을 때의 쾌감을 즐기는 듯.


그래서 부부싸움할 때 내가 많이 불리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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