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e asks...
경매했을 때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 중에 하나가 명도.
사연이 뭐가 되었던 살고 있는 사람을 내보내야 한다는 부담감과 거부감이 분명히 있다.
남편은 별의별 케이스를 다 겪으면서 밀당을 잘하는 것 같다.
심지어 헤어질 때 고맙다고 인사하는 점유자들도 있었다.
명도 당한 점유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듣는 비결이 뭐야?
Husband says...
명도를 얘기하자면 정말 10건의 사건마다 10건 전부 케이스가 다 달라. 그만큼 점유자들의 환경과 인생사가 다른거지. 그래서 낙찰이 되고 사건 기록을 자세히 뜯어보면서 점유자가 어떤 인생을 살았을 거라는 예상을 어느 정도는 하고 첫 대면할 때 알아봐야 해.
찐했던 첫 번째 명도 경험 마치고 두 번째는 좀 나을까 싶었는데 무슨... 오히려 더 심했지. 경기도 아파트였는데 집주인이 채무자이자 점유를 하는 상태였는데 이 사람이 사업도 잘 안되고 해서 인생을 약간 포기하는 듯 한 느낌이 들었어. 이 사람이 원하는 건 사실상 기간을 최대한 연장하는 거였지. 좀 더 오래 살게 해 달라...
하지만 그건 우리 입장에서도 당연히 리스크인기 6개월 이내 명도를 끝내지 않으면 우리가 더 이상 법원의 도움을 받을 수가 없어. 그래서 6개월 안에 끝내야 했기 때문에 그 요구를 무한정 들어줄 수 없었고 그렇다고 기간을 안 들어주자니 돈을 너무 많이 요구하고.. 보니까 이 사람은 경매를 당한 입장으로서 이리저리 많이 공부했고 자기가 쓸 수 있는 방법은 다 쓰면서 지연을 시키려고 했지. 진짜 정식대로 한다면 지체된 시간만큼 월세를 내가 소송으로 받아낼 수도 있었겠지만 사실 그건 할 짓이 아니고...
그래서 결국엔 이 사람이랑은 진짜 강제집행 바로 직전까지 갔었어. 근데 역시나 예상은 했지만 막상 담당 집행관과 함께 개문 계고를 하고 들어가니 집은 비어있었는데 쓰레기 같은 거나 역기, 책장 같은 무거운 짐들만 갖다 놓은거야. 집행관이 나를 딱 보더니 '이 사람 돈 요구하는 거네요... 좀 까다로우시겠습니다'라고 하더라고.
또다시 협상이 이어지고 이 사람도 내가 쉽게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좀 더 현실적인 수준으로 요구 사항이 점점 줄어들었지. 내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까지만 허용했기 때문에 거기까지 올 때까지 줄다리기를 했어. 사실 이 사람의 요구를 들어줄 의무는 없지만 상대방이 너무 정신적으로 약해졌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에 금전적인 거는 어느 정도 내가 들어줬어. 사실 계속 이렇게 협상하느라 시간을 끈다고 매도 타이밍이나 대출 비용도 많이 나갔지. 덕분에 많이 배웠어. 그래서 다음부터는 내가 조금 돈을 더 주는 한이 있더라도 최대한 강제 집행까지 안 가고 단시간 내 끝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지.
이 말고도 별의별 명도 케이스를 많이 경험했지. 동사무소 직원이 관리비를 받아내려고 점유자가 이사를 제대로 했는지 인증샷 찍을 때까지 본인 자동차로 이삿짐 트럭 바로 앞을 막아서주기도 했고, 사정이 너무 딱한 분들은 내가 직접 동사무소와 사회단체를 연락해서 이사갈 곳을 연계해주기도 하고... 이제 명도는 거의 점유자들이 고맙다고 하면서 이제 순순히 나가는 경지까지 오른 것 같아.
두렵지는 않지만 그래도 항상 명도를 앞두면 긴장은 되지.
어떤 인생사를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그래도 그 사람이 진짜 원하는 것이 뭔지 파고들면 해결법이 나오더라고.
Wife thinks...
남편 협상하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다.
강약 완급이 좀 다이내믹하다고 해야 하나.
내가 말리고 싶을 정도로 너무 세게 부딪히는 것 같으면서도 눈 깜짝할 사이에 톤이 부드러워진다. 그럼 상대방도 움직인다.
남편과 한편이라 천만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