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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경매 첫 낙찰로 서초동 빌라를 받은거야?

by 잰걸음

Wife asks...

구매대행, 여행사 창업 등을 하면서도 부동산 경매에 대한 남편의 관심은 계속 피어올랐다.

사실 나는 남편이 자꾸 경매, 경매 얘기하길래 좀 싫었다.

경매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도 있고 리스크가 왠지 많을 것 같고...

그래서 저러다 말겠지... 하고 띠껍게 봤다.


그러다 갑자기 얼떨떨한 표정으로 집으로 와서는 하는 말.

"우리 낙찰됐어. 그것도 서초동에..."


어떻게 서초동 물건을 경매 생애 첫 낙찰로 받은거야?



Husband says...

서울시와의 부동산 관련 재판 이후에 내 스승인 유튜브가 알고리즘으로 경매 콘텐츠를 하사해주었지. 조금씩 보다 보니 어느새 빨려 들어가더라고. 경매는 정말 사건이 너무 다양하고 그리고 평소에 궁금했는데 몰랐던 단어들이 정말 많이 나오더라고. 예를 들면 채권자, 채무자, 유치권 지분, 지상권 같은 게 경매 공부하다 보니까 하나하나씩 풀리고 재밌더라고!


실제로 우리도 대전 쪽에 임야를 하나 갖고 있는 게 있는데 나중에 증여할 때도 아무 개발 없이 쌩으로 증여할 경우 세금이 엄청 나온다든지 등 처음 알게 되는 정보들이 너무 많았어. 그리고 각각의 케이스를 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상상하는 재미도 있었지. 여기에 푹 빠져서 있는지 한의대 준비할 때는 그렇게 공부하기 힘들어했는데 나만의 경매 공부 노트도 만들어서 가끔 케이스가 너무 복잡하면 그동안 배웠던 것들을 싹 정리하기도 했어.


계속 그렇게 공부를 하다 보니 '이 정도면 나도 한번 해볼 수 있겠는데?'라는 또 자신감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지. 나 혼자 신났는지 남한테는 얘기하면 살짝 흥미를 보이지 아무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더라고.


그러던 중에 서초동에 물건이 하나 눈에 들어와서 한번 분석해 보기 시작했어. 근데 뭐 분석이라고 할 것도 없이 아주 깨끗한 물건이었어. 어차피 인기 많은 서초동이라 누군가는 높게 쓰겠지 싶어서 그냥 한번 경매 체험해 볼 겸 입찰해 보기로 한 거야. 그래서 최저가에서 딱 5만 원만 더 얹혀서 쓰기로 했지.


입찰 당일날, 법원으로 향했어. 서초동이니까 중앙지법인데 바로 내가 서울시랑 붙은 법원이었지. 물론 경매 법원은 다르지만 아무튼 옛날 생각도 나고 해서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들어갔어. 그리고 그동안 공부한 대로 서류를 받아서 하나씩 쓰고 '아 이렇게 하는구나~'하면서 초짜 티를 팍팍 냈지. 몇 번을 점검하고 서류를 제출하고 여유롭게 뒷좌석에 앉았어. 어차피 순서는 뒤쪽이니까 여유롭게 기다리고 있었어.


근데...

어느 순간 내 이름을 부르는 거야.

"사건번호 OOOO, 최고가 매수인 OOO 씨 앞으로 나오세요"


첨엔 설마... 하고 가만히 있었는데 판사가 다시 부르더라고. 그제야 황급히 앞으로 나갔어. 이건 전혀 내 시나리오에 없었으니까 진짜 당황했지. 경매 첫 시도에 낙찰될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어. 그것도 서초동 물건을?! 사무관이 내 신분증과 도장받아가서 영수증이라고 종이 쪽지 한 장을 주는데 영수증을 주면서 최저가와 5만 원 밖에 차이 안 나는 거를 보더니 나를 보며 피식 웃더라고.


하지만 낙찰의 기쁨도 잠시.


영수증을 갖고 법원을 나오는데 대출 아줌마들이 붙어서 이리저리 명함을 주는데 그때부터 정신이 없었지. 설마 낙찰될 거라 생각도 안 하고 낙찰 이후의 과정에 대해서 시나리오를 짜보지 않은 상황이라 급 불안해지더라고. 그래서 집에 가자마자 본격적으로 이후 절차를 알아보고 명도 방법 등 검색하면서 급히 다음 단계를 그려봤지.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는...

낙찰은 단번에 되었으나 나를 기다린 건 고난도의 명도ㅋㅋ



Wife thinks...

첨에 낙찰받았다고 했을 때 장난치는 줄 알았다.

당시 나도 당황하니까 남편은 분명히 괜찮다고, 좋은 물건이라고, 전혀 문제없다고 안심시켰다.

남편 특유의 근자감이 또 발동되는 순간.


그런데 절차를 밟을수록 뭔가 표정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도 경매에 대해서 아주 조금씩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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