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휴대폰이 부르르 떨렸다.
○○피부과 특가할인, ○○몰 타임세일, ○○보험 상담.
언제나 그렇듯 광고뿐.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재테크하려고 들어간 오픈톡 몇 개 말고는,
주말에 먼저 안부를 물어봐주는 사람도 없다.
주말을 함께 보내자는 연락은 더더욱 없다.
이것이 바로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솔로, 김 과장의 주말이다.
예전엔 이런 고요가 싫었다.
친구들이 결혼식장으로 향하고, 프로필에 해외여행 사진을 올리고,
신혼집 셀프 인테리어 과정을 공유하는 시간에
김 과장은 혼자 원룸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인생을 잘못 산 걸까.'
원래 외로움을 타지 않는 성격이라
단순히 일상을 공유할 상대가 없는 것에 대한 자조는 아니었다.
문제는 ‘혼자’라서 쓸쓸한 게 아니라,
그 속에서 슬금슬금 올라오던 생각들이었다.
'왜 나만 아직 제자리에 있는 것 같지?'
이 질문이 주말마다 김 과장을 조금씩 갉아먹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주말에만 머물지 않았다.
구글 캘린더를 열면 청첩장 모임과 결혼식 일정이 한가득이었다.
'야, 나 이번에 구축 아파트 샀어. 대출은 좀 꼈는데,
그래도 양가에서 보태주셔서 겨우 마련했다!'
당연히 축하해 줬다.
요즘시대에 서울 아파트 자가마련이라면
사실상 집안 경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축하의 말 끝에서, 마음속 한편의 씁쓸함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안 입고, 안 먹고, 여행조차 제대로 가본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나름대로 열심히 모았음에도 불구,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서울에 아파트를 산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부동산 앱을 켤 때마다 가슴이 답답했고,
주식앱을 열면 역시나 너의 선택은 잘못되었다는 듯
김 과장의 MY주식창은 꾸준하게 마이너스를 찍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사실 '내 인생에 좋은 날이란 건 없지 않을까' 하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집을 사고,
원하던 회사로 이직해 자리 잡고 있는 이 순간,
김 과장은 인생 전반을 통틀어 뭐 하나 제 뜻처럼 되는 거 없이
지내고 있는 단칸방이 묵시적 갱신이 될지 말지 걱정하며
전전긍긍 임대인의 답장만 기다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삶이 정체된 느낌.
그 답답함을 견디고 싶지 않아 시작한 게 바로 부업이었다.
김 과장의 서빙 알바는
추가 수입을 만들기 위한 현실적인 목적도 있었지만,
결국엔 한 가지 마음에서 출발했다.
뭐 하나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세상에서,
적어도 내 자유시간만큼은 내 뜻대로 움직이고 싶었다.
누가 날 찾지 않아도, 세상이 날 도와주지 않더라도
내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무언가.
이건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김과장의 지속된 번아웃과 우울을 끊어내기 위한
새로운 시작이기도 했다.
물론 힘들다.
밤늦게까지 서 있으면 허리가 욱신거리고,
퇴근길엔 주방세제 냄새가 손끝에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본체만체하는 무언가을 보물마냥 소중하게 옮기는 개똥벌레마냥
김과장의 작고 미약한 시도 또한
그 자체로 인생을 비추기엔 충분하다고,
고단한 오늘 하루를 위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