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깟 푼 돈: 월급중독에 빠진 직장인의 고백

by 김과장

어느덧 알바를 시작한지 2주째다.

오늘도 알바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김과장은,

성공적인 첫 부업을 자축하며 잠을 청하려 눈을 감았다.

하지만 간만에 겪은 새로운 자극 덕분에 뇌는 이미 도파민 분출 중이었다.

머릿 속엔 온갖 잡생각과 뿌듯함이 뒤엉켜 잔치를 벌였고,

그 틈을 비집고 과거에 시도만 하고 멈춰버린 부업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엔 부동산경매였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업무를 떠밀리듯 맡아, 같은 팀 동료들보다 2~3배는 많은 일을 처리했던 신입 시절.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일했지만, 돌아오는 건 S급 고과나 성과급이 아니었다.

일복이 많아서 일하는 것뿐이라며, '쟤가 한 게 뭐있냐'는 팀장의 평가와 팀원들의 무관심. 이로 인해 매번 고과는 AV(Average)를 넘은 적이 없었다. 만만한 협력사 신입 가스라이팅에 재미들린 클라이언트의 참신한 갑질릴레이는 덤.


그 당시에도 이렇게 살 순 없다며 찾아낸 최초의 부업아이템은 바로 '부동산 경매'였다.

한 건의 거래로 몇백, 많게는 몇천만 원까지 손에 쥘 수 있다는 이야기는 극히 매력적이었고,

곧 내 유튜브 알고리즘엔 '100만원으로 2,000만원벌기: 소액경매의 매력'같은 영상으로 가득찼다.


이윽고 호기롭게 거액의 금액을 경매강의에 투척했고

관련 스터디까지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동산구매과 결혼의 공통점은

'깊게 생각할수록 할 수 없는 것'이라 했던가?

처음엔 '최소 비용, 최고수익'을 외치던 경매 유튜버들도

경기가 나빠질수록 '지방부동산의 늪', '상가 잘못사면 끝장납니다' 등 경고성 컨텐츠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무주택자에 경매낙찰건수까지 zero였던 '부린이' 김과장의 입장에서

대출을 받아 주거용 부동산을 매입하자니 무주택자 구매 혜택을 포기하는게 아까웠고

상업용 부동산을 구매하자니 몇년 뒤 있을지도 모를 내 집 마련 타이밍에 문제될 대출이 마음에 걸렸다.

법인이니, 매매사업자니 온갖 방법들을 유튜브와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찾아보기도 했지만

결국 몇 년을 망설인 끝에 얻은 것은 결국 등기부등본이 아닌 '벼락거지' 타이틀 하나였다.


'그래, 이렇게 된거 어차피 지금 돈으로 집 사는건 택도 없고, 사업을 해서 돈을 벌자'


그렇게 시작한 김과장의 두번째 N잡아이템,

'악세서리 스마트스토어 운영'


평생 악세서리에 큰 관심이 없던 김과장이었지만

당시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주말마다 동대문으로 달려가 온갖 비즈,구슬,부자재 등을 사 모았고,

그걸로 반지며 팔찌며 온갖 자잘한 악세서리를 만들어 주변에 선물하기 시작했다.


'어머 대리님, 이거 팔아도 되겠어요~!너무 예뻐요.'


당시 선물을 받은 여자 동료들의 호의다분한 칭찬에 꽃혀버린 김과장은

곧 핸드메이드 악세서리스토어를 운영하겠다며

그 길로 사업자등록과 네이버스토어 개설까지 일사천리로 마쳤다.

(핸드메이드이니 주문 들어온 만큼만 만들면 되니 부담이 적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것이 시작이자, 끝이었다.


'진짜' 사업을 하려면

단순히 사업자등록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브랜드메이킹, 악세서리 디자인, 상세페이지 제작, 택배배송, SNS운영 까지. 하다못해 포장지 소재 하나, 신규고객이나 단골고객에게 보내 줄 자잘한 사은품까지

완연한 1인 자영업자의 포지션으로 A-Z에 이르는 운영사항을 결정하고 처리해야했다.


하지만 막상 이 단계가 되니

회사에 치여 힘들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기 시작했고

결국 호기롭게 시작한 스마트스토어는 제대로 시작도 해보지 못한 채 홈택스에서 '폐업신고'를 찍으며

초라한 엔드게임을 맞이하고 말았다.


그렇게 또 한 번

김과장의 원대한 N잡의 꿈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왜 나는 누구보다 회사를 벗어나고싶어하면서

결국 아무것도 하지않는걸까.


매번 이렇다 할 제대로 된 시도도 안해보고 흐지부지 끝날 때마다, 조금씩 깨달은 게 있다.


나는 N잡을 어느새 로또 취급하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전설처럼 내려오는 부업 성공기, 투자 성공기들은

하나같이 머리를 잘 굴려서 타이밍 좋은 투자, 혹은 사업 자동화를 성공적으로 해내서 큰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이었고

크게 벌지 못할 바에야 굳이 몸이나 축내면서 푼 돈을 벌 이유가 있나라는 생각에

몇 년째 월급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몇 년을 허송세월하며 깨달은 건,

로또 같은 한 방을 노리다가 아무것도 하지않는 게 내 삶에 더 치명적이라는 사실이었다.

결국,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벌어야 한다는 소박한 진리를 인정하기로 했다.


크게 벌진 못해도, 내 몸을 움직여서 일단 돈을 벌자.


더이상 김과장에겐

회사탈출을 위한 화려한 계획도, 복잡한 전략도 없다.

하지만 주2일 서빙알바를 하면서 돌아오는 작은 보상은

조금씩이지만 확실하게 월급중독의 삶을 벗어나게 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그깟 푼 돈'을 떠올리며,

몇 달 만에 처음으로 깊은 잠에 들었다.



- Chapter 1: 신규사업 도입취지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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