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34 댓글 2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50대 핑크공주

인디핑크가 좋아요!

by 이미경 Mar 25. 2025

여러분의 가장 좋아하는 색은 무엇인가요?


좋아하는 색을 보면 성격 및 성향을 알 수 있다고 하던데, 정말 그렇던가요?

컬러리더십이라는 성향 분석테스트가 있는데요,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사람들의 리더십 성향을 확인하고, 특정색과 연결해서 이해하기 쉽도록 하는 워크샵입니다. 피플매니저 업무에 도움되기도 하고, 재미 또한 있어서 회사 내에서 여러 번 요청받아서 진행했던 워크샵이었는데요, 리더십 스타일 색깔들, 붉은색, 파란색, 녹색, 노란색이 실제 해당자들의 평소 개인이미지와도 너무 잘 맞아서 진행자인 저도 흥미로웠습니다.

그렇게 색깔로 자기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겠죠?


지금도 생생하게 생각나는데, 중학교 때 나보다 한 살 많은 동네 예쁜 언니가 물려준 꽤 좋아 보이던 파스텔톤 민트 자켓을 좋아라 학교에 입고 갔었는데 하루 종일 그 옷이 내 몸과 분리되어 동동 떠다니는 듯한 경험을 했습니다. 분명 그 전해 그 언니가 입고 있을 때는 빛이 나 보였는데, 모개(모과의 사투리, 꼭 어릴 때 못난이 대신 이런 별명으로 불리던 언니들이 있었죠?) 라는 슬픈 자각을 다시 하게 되어 우울했었죠. 이제 생각해 보니 민감한 사춘기 시절이었네요.


드디어 대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해서 내돈내산으로 노란 병아리색 가디건 등을 입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아마 유치원생처럼 엄청 눈에 띄었을 테지요. 신혼여행 때 고심해서 산 과감한 비키니도 샛노란색이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이런 노란색에 대한 제 도전들은 나쁘지 않았네요.  어렸기 때문에 가능했었고, 저의 아름다웠던 20대를 화사한 노란색으로 채워서 만족합니다.

직장인이 된 이후에는 아주 가끔씩 빨간색, 오렌지색, 파란색 등 여러가지  화려한 색감의 옷에 도전하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존재감을 화려한 색감으로 뽐내고 싶을 때 있지 않나요?

워워, 너무 걱정마세요. 그렇게 약간 미친 때는 자주 있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그러다 그 당시 초창기였던 퍼스널컬러진단도 받아서, 제 퍼스널컬러는 가을웜톤이고 연한 파스텔색과 쨍한 원색들은 저를 더욱 칙칙하게 보이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호피가 무척 어울리는 가수 이효리님이 대표적인 가을웜톤이라 합니다. 그냥 그렇다고요.

그러니까, 뽀얀 피부를 자랑하던 그 동네언니가 입던 옷색이 문제였지, 제가 정말 못난이가 아니었다니까요!

그 때 이후로 베이지, 카멜, 갈색, 카키 등 제게 어울리는 색을 찾아 조금씩 몇 년 동안 옷장 속의 옷들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하지만요, 이 쯤에서 인정해야겠네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 사실 핑크입니다. 베이비핑크, 딸기우유핑크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잖아요. 하지만,  제가 소화할 수 없는 색깔이라 자제할 수 밖에 없는 색깔로 분류짓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여자는 인생에 한번은 핑크 홀릭이 되는 때가 있다는 얘기 들으셨나요?

딸 있는 분들 공감하실 텐데, 취학 전 시기에 여자애니까, 예쁜 색이니까, 나중에는 아이가 그것만 고집해서 하다 보면 결국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핑크색으로 꾸미게 되어 일명, 핑크공주로 다니게 된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 때 그 시기를 놓치더라도 결국 나중에라도 한번 쯤은  핑크홀릭 시기를 거치게 된다는 거 말입니다. 네, 그래요. 여기 사례 손 들어요!


그렇게 저는 40대 들어서 핑크 홀릭을 하게 되었습니다. 

조금씩 물건을 살 때 선택할 수 있다면 이왕이면 다홍치마지 하고, 핑크를 택하는 식으로요.

그러다 보니 일할 때, 내 오른손을 항상 얹고 있어야 하는 내 마우스는 핑크색입니다. 컴퓨터나 독서할 때 쓰는 제 안경테도 핑크죠. 중간 중간 확인하게 되는 제 스마트와치 밴드줄도 핑크입니다.

핑크친구들핑크친구들

그렇게 핑크 물품들을 사다 깨달았는데 핑크도 여러가지라, 어떤 핑크색은 제게 어울리는 것도 있더란 말입니다. 그렇게 인디핑크라는 색깔을 알게 되었습니다. 핑크계열이긴 하지만, 채도가 낮아서 차분하면서도 여전히 핑크의 사랑스러움을 잃지 않는 색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저는 인디핑크 색깔들의 옷과 용품들로 제 주위를 채워가고 있습니다.

어떤 날, 제 자신을 꾸미고 싶을 때 인디핑크 바지 또는 인디핑크 셔츠를 입고, 거기에 맞춰 핑크 귀걸이로 깔맞춤합니다. 그러면 ‘왠지 기부니가 조크든요.’


그렇게 핑크로 제 자신을 꾸밀 수 있는 그 순간이 제게는 소중한 행복 순간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행복 순간이 몇 가지인가요? ) 

제가 좋아하는 색깔로 나를 꾸밀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이제 50대로 들어가지만, 아마도 한동안 더 핑크공주로 살 듯 합니다.

이 핑크 홀릭이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가 남이 뭐라 하던 제가 하고픈 대로 나름 멋을 부리게 되었고 그래서 제가 행복하다는 것이죠.


여러분은 그렇게 남의 시선 상관없이 좋아하는 것에 어떤 것이 있나요?

작가의 이전글 멘토들 - 세이노의 가르침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