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책의 완성
국가가 제공하는 취업 프로그램을 위주로 눈앞의 현실에 집중하던 나는 아주 우연하게 이웃 블로그에서 자서전 프로젝트 진행 공고를 보게 된다. 너무나 매력적인 기회로 보였지만, 이제 서른을 넘길 예정인 그렇다 할 업적이 없는 내가 자서전 내용을 무사히 채워갈지 걱정이 되었다. 그럼에도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일단 저질러 보기로 결정했고, 그렇게 나는 한 달간의 자서전 작성을 시작하게 되었다.
한 달간 매일 아침 기획자가 보내준 질문을 보고 답변을 써서 제출했다. 놀랍게도 기획자가 고른 질문들은 꽤 오랜 기억들까지 상기시켜 줬고, 덕분에 타임머신을 탄 듯 나의 30년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 자서전을 작성하는 과정은 마치 치유의 과정 같았다. 원인 모를 감정이 복받쳐 오름에 글을 쓰다 펑펑 우는 날이 차츰 늘어갔다.
나의 눈물샘을 자극한 것은 슬픔보다 더 복합적이고 고차원적인 감정이었고, 한바탕 울고 나면 괜스레 홀가분해지곤 했다. 책을 읽다 쉬어가는 부분에 꽂아두는 책갈피처럼 나도 나의 서른에 갈피를 꽂아둔 채 2막으로 넘어가는 것이 나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었다. 그렇게 꽤 많은 눈물로 써 내려간 나의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는 2024년 12월,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논문이 아닌 직접 쓴 책을 가지는, 상상만 하던 나의 이상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여전히 나는 이 책을 자서전이라고 지칭하는 것이 조금 민망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가장 정성스러운 자기소개서라고 말하고 싶다. 언제든 나의 서른이 궁금해질 때 손쉽게 펼쳐볼 수 있는 가장 정성스러운 소개서. 내가 궁금한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픈, 내 입으로 직접 말해줄 얘기보다 디테일하고 자세한 속마음이 담긴 그런 책.
마법처럼 벌어진 이상의 현실화는 생각보다 나의 심경에 큰 변화를 주었고, 내가 매일 한 장 이상의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과 글 쓰는 즐거움을 깨닫게 했다. 그렇게 나는 나의 현실에 지속적으로 집필이라는 행위가 존재할 수 있는지, 수익을 보장할 수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지에 대하여 깊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