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과 달리 취업준비 기간이 길어져 가을에 접어들면서 나는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멘탈관리를 잘해도 반복되는 거절에는 장사가 없듯이 거듭 쌓여가는 실패는 나를 작아지게 했다.
경력을 인정받으려면 동종업계로 취업을 해야 했는데, 내가 몸담았던 업계의 취업 난이도는 독보적으로 높은 편이라 최종 합격이라는 결과를 얻어내는 일은 쉽지 않었다. 하늘이 점지해야만 합격할 수 있다는 재직자들의 말에 내가 내린 결론은 하늘 대신 국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었다.
내가 혼자 설 수 있을 때는 국가가 나에게 해주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도 막상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생겼을 때 잘 찾아보면 은근히 해주는 게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증빙이니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가는 삶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취업활동을 지원하는 국가사업을 열심히 검색하던 내 눈에 띈 것은 국민취업제도였다. 청년들의 취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했다. 6달간 취업지원관과 함께 구직활동을 하고, 활동을 증빙하면 소정의 생활비가 제공되는 그런 제도였다. 혼자 삽질하는 것보다 이게 낫겠다는 생각에 신청했고 안정적으로 선발되어 1유형 참여자가 된다.
사실 이 제도는 막연히 취업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취업지원관은 그저 약간의 상담과 비용처리를 도와주는 것이지 백지상태에 있는 사람의 취준과정을 세팅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본인이 원하는 직업이 확실하고, 계획을 가지고 있을 때, 그 계획이 실현되도록 서포트해 주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 그래서 나에게는 적합했다. 목표지점이 확실하고, 이미 계획을 이행하고 있었으니.
이제는 정말로 최종합격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 것 치고, 나는 해를 넘긴 지금까지 아직도 이 과정에 참여하는 중이다. 결과에 낙심하는 날도, 우울해지는 날도, 전혀 아무렇지 않은 날도 있지만 누군가 이 과정을 함께 견뎌 준다는 것만으로 큰 위안이 된다.
"혼란스럽겠지만 그 시기에 접어들면 모두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니 나만 이렇게 힘들 것이고 방황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오히려 젊은 나이에 다양한 경험을 하고 감정을 배우는 것은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같은 일을 늦게 겪었거든요. 어차피 배워야 한다면 일찍 깨닫고 지혜롭게 미래를 구상해 나가는 게 좋지 않겠어요?"
작아진 내가 못내 안타까웠던 취업지원관의 한 마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