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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 음식

카레와 삼겹살

by 브로콜리

난 특정 음식을 유난히 좋아한다. 그 음식은 바로 카레와 삼겹살이다.


"엄마, 오늘 반찬은 뭔데?"

"어, 니가 좋아하는 카레다."

"야호~!"

나는 신이 나서 소리친다.


나는 삼겹살과 카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거의 매일 엄마에게 조른다.

"엄마, 삼겹살 한번 먹을 때 안 됐나?"

"엄마, 오늘 저녁은 카레 먹으면 안 되나?"

엄마는 이런 내 카레와 삼겹살 사랑을 걱정하시면서도 되묻는다.

"니는 삼겹살하고 카레를 왜 그렇게 좋아하노?"


엄마는 걱정하시지만, 나에게 달콤한 카레 맛과 김치와 같이 먹었을 때의 조합은 너무 맛있다. 삼겹살은 또 어떻고? 여러 가지 야채를 쌈과 같이 싸서 입안 가득 넣고 우걱우걱 씹으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포만감이 든다. 이 두 가지 음식이 밥상에 오르면 나는 밥을 두 공기도 넘게 먹는다.


그렇게 나는 매일 엄마를 조른다.

어느 날 저녁, 나는 맛있게 카레를 먹는다. 밥을 두 공기 넘게 가득 먹고 나니 기분이 너무 좋다.

"엄마, 오늘 카레 너무 맛있다. 내일 또 해줘."

나는 저녁을 다 먹고 만족하며 말한다.


다음 날 저녁, 엄마가 또 카레를 주신다. '이게 웬 횡재야!' 싶어 나는 카레를 또 맛있게 먹는다.

"엄마, 카레 너무 맛있다. 웬일로 이렇게 카레를 또 주노?"

밥을 다 먹고 나는 엄마에게 여쭤본다.

"니가 너무 좋아해서 해줬지. 그게 뭐 힘든 것도 아닌데."

엄마는 말없이 웃으신다.


그리고 다음 날 저녁, 카레가 또 밥상 위로 올라온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꼬박 일주일간 카레를 먹는다. 점점 나는 카레가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일주일째 카레가 올라오자 나는 카레는 먹지 않고 괜히 멸치와 김치를 뒤적이며 밥을 먹는다.

"니가 좋아하는 카레는 왜 안 먹노?"

엄마는 의아하다는 듯 나에게 묻는다.

"엄마, 카레 더는 못 먹겠다. 이제 지겹다."

엄마는 말없이 웃으신다.



그렇게 나는 카레를 조금 덜 좋아하게 된다. 가끔 먹는 카레는 맛있지만, 며칠 연속으로 먹으니 카레도 그렇게 맛있는지 모르겠다.


그 뒤 나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한다.

"엄마, 삼겹살 해줘. 삼겹살 먹고 싶다."

그렇게 나는 삼겹살만 최고 좋아하는 아이가 된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엄마는 삼겹살을 카레처럼 매일 저녁 만들어 주신다.

나는 삼겹살을 꼬박 일주일 먹는다.

그런데 삼겹살은 카레처럼 일주일을 먹어도 질리지 않고 너무 맛있다.


"엄마 삼겹살 너무 맛있다!"

일주일 넘게 먹고도 나는 삼겹살을 계속 외친다.

그렇게 내 삼겹살 '포식'은 이주일간 지속된다.




며칠 후 나는 어른들이 하시는 대화를 들었다.

"우리 애는 삼겹살을 너무 좋아합니다."

엄마가 친척들과 모인 자리에서 웃으며 말씀하고 계신다.

"아니, 얘가 카레랑 삼겹살을 너무 좋아하길래, 제가 테스트를 해봤거든요. 근데 얘가 카레를 한 일주일 해주니까 지겹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삼겹살은 일주일 넘게 먹어도 좋다고 계속 먹는 거 아니겠습니까?"

친척 어른들은 웃으며 말씀하신다.

"아따 그놈 고기 보태기네, 고기 보태기야!"


나는 그렇게 알게 되었다. 엄마는 나에게 테스트 아닌 테스트를 하신 거다. 그렇게 나는 엄마에게 '삼겹살을 최고 좋아하는 아이'로 인정받는다.

그 뒤로도 내 인생 최애 음식은 삼겹살이다.


오늘도 우리 가족은 마당에 둘러앉아 삼겹살을 구워 먹는다.

상추 위에 파조림과 쌈장, 삼겹살, 쌀밥을 넣고 입안 가득 넣으면…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행복감이 밀려온다. 거기다 엄마, 아빠, 누나, 형과 같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먹는 삼겹살은 정말 행복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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