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시골학교(4)
‘행복(幸福)’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이렇게 정의된다.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껴 흐뭇한 상태.”
정의는 간단하지만, 이 단어를 온전히 품고 살아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2022년 OECD 주요 국가들의 자살률을 보면, 대한민국은 인구 10만 명당 약 24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택했다. 이는 2위인 리투아니아(17명)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2023년에는 그 수치가 더 올라 10만 명당 27명에 달했다. 청소년 통계도 마찬가지다. 2024년 대한민국 청소년의 자살 시도율은 남녀 평균 2.8%였다. 쉽게 말해, 100명 중 거의 3명이 삶을 포기하려는 시도를 해봤다는 이야기다. 교사로서, 또 어른으로서 이런 통계를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이 사회가 과연 아이들에게 어떤 희망을 주고 있는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는 말한다. "예전보다 잘사는 나라가 됐고, 기회도 많아졌다고." 하지만 그 기회의 문 앞에는 ‘끊임없는 경쟁’이라는 거대한 벽이 존재한다. 아래의 지도는 대한민국의 인구 밀도를 바탕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수도권은 팽창했고, 지방은 갈수록 쪼그라들었다. 사람들은 왜 떠나는가? 왜 고향을 등지는가?
정답은 간단하다. 살기 위해서.
2025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좋은 직업’을 얻고, 안정적인 삶을 살기 위해선 수도권으로 진입해야 한다. 부모는 자녀의 미래를 위해 지방을 떠나고, 청소년들은 더 나은 대학을 위해 도시로 향한다. 그 과정에서 가족은 흩어지고, 공동체는 해체되고, 고향은 기억 속 풍경으로만 남는다. 우리 교육과 사회는 점점 더 ‘경쟁을 위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이런 현실 속에서도, 시골 학교 아이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문득 궁금했다.
“이 아이들은 지금, 행복할까?” 다음은 아이들과 시골의 삶에 관해 나눈 인터뷰의 일부이다.
작가: 여기서 살아가는 건 행복하니?
민준: 네, 행복해요. 저와 함께 살아가는 가족, 그리고 재미있는 친구들이 있어서요. 평생 같이할 친구들이 있고, 가족도 있고… 그래서 기분이 좋아요. 행복한 삶이에요.
도현: 친구도 적당히 있고, 환경도 좋고, 공기도 깨끗하니까 도시보다 더 나은 것 같아요. 도시는 공장도 많고, 하늘도 뿌옇잖아요. 여기는 하늘도 파랗고, 산도 예쁘고… 산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정말 평온해져요. 도시는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떨어질 수도 있고, 경쟁도 너무 치열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여기가 더 좋아요.
민준: 저는 여기서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게 가장 큰 장점 같아요. 도시에서는 학업 스트레스나 친구 관계로 힘들다고 하는데, 여긴 그런 게 없어요. 물론 공부가 조금 느린 건 불안하긴 하지만, 친구도 좋고, 선생님도 좋고… 다른 지역에 가봐도 결국 우리 동네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해 처음엔 조금 놀랐다. 내가 보기엔 ‘공부에 관심도 없고, 무엇이단 다 부족한 곳’인데, 아이들은 이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 비교하지 않는 삶, 조금 부족해도 마음이 풍요로운 삶. 어쩌면 우리가 잊고 있었던 ‘행복의 본질’이 여기에 있는 건 아닐까?
우리의 교육은, 그리고 사회는 아이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을까? 지금 우리는 "좋은 대학에 가야 성공한다", "돈을 많이 벌어야 인생이 잘 풀린다"는 식의 단편적인 행복 공식을 아이들에게 주입하고 있지는 않은가? 반드시 대학을 나와야 행복한가? 반드시 돈이 많아야 행복한가? 물론 돈은 중요하다. 생존과 삶의 질을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은 돈이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버렸다.
인격보다 외형, 품성보다 스펙이 앞서는 이 사회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과연 무엇을 배우고 있을까? 나는 시골 학교에서 순수한 눈을 가진 아이들을 만났다. 그 아이들은 경쟁보다 우정을, 불안보다 평온함을 소중히 여겼다. 그리고 나는 그 순수함에 조용히 치유받고 있었다. ‘행복’이라는 말의 무게를 다시 떠올릴 수 있게 된 것도, 그 아이들 덕분이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조심스럽게 묻고 싶다.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잠시 멈추어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져보길 바란다.
행복은 어쩌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