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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전쟁이지만, 그 한가운데 평화가 공존한다

『전쟁과 평화』 1권을 읽고

by 하루


톨스토이의 대작 『전쟁과 평화』를 드디어 읽기 시작했다. 총 4권 중 1권만 읽었을 뿐인데도, 이 책이 왜 '인생의 책'이라 불리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이야기는 1805년 러시아 상류 사회에서 시작된다. 샹파뉴 잔을 부딪히며 사교를 즐기던 인물들은 곧 전쟁에 뛰어들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전장의 흙먼지 속에 휩쓸려간다. 그중에서도 유독 내 마음을 끈 인물은 나타샤와 안드레이 공작이었다.


# 나타샤 – 생명력 그 자체

처음엔 아직 어린 소녀에 불과했던 나타샤.

하지만 그녀는 등장하는 순간부터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생명력을 지녔다.

그녀의 웃음, 호기심, 들뜬 감정은 전쟁이란 거대한 흐름 앞에서도 삶의 대한 긍정 에너지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문득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떠올랐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

그 시 속의 나타샤처럼, 이 소설의 나타샤도 어딘가 가닿을 수 없는 순수함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삶을 사랑한 나타샤의 활동이 기대된다.


#안드레이 공작 – 명예에서 허무로

반면, 안드레이 공작은 명예를 좇아 전쟁터로 나아갔다.

그는 삶을 나폴레옹과 같은 위대한 업적과 권력속에서 찾으려 했지만, 전장의 죽음 앞에서 오히려 깨닫는다.

"내가 찾던 모든 것들이 이토록 허무한 것이었구나."

죽음의 목전에서도 깃발을 부여잡고 쓰러진 안드레이의 모습을 본 나폴레옹은 위대한 군인이라 판단하지만, 안드레이는 전장의 하늘을 바라보며 오히려 명예의 허상을 꿰뚫는다.

어쩌면 우리는 허상과도 같은 명예나 성공으로 을 채우기 위해 전쟁터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 ‘무엇을 위해’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

작가는 ‘전쟁’을 말하면서도, 동시에 ‘삶’을 말하고 있다.

죽음과 허무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살아간다. 나타샤처럼 사랑하고, 안드레이처럼 질문하고, 또 누군가는 삶의 전장 속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나 또한 요즘 스스로에게 자주 묻는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그게 정말, 죽음을 앞두고도 붙잡고 싶을 만큼 소중한 것인가?"

이제는 무엇을 이루는 삶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해졌다.

나도 안드레이처럼 늦기 전에 깨닫고 싶다.

삶의 본질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목표 아닌, 그 하루하루를 어떻게 마주 하는가에 있다는 것을.


# 마무리하며

『전쟁과 평화』는 쉽지 않은 책이다.

등장인물도 많고, 역사적 배경도 복잡하다.

하지만 그 모든 틈새에서 삶을 관통하는 질문이 쏟아져 나온다.

전쟁처럼 혼란스럽기도 하고, 평화처럼 소중한 나의 하루들.

그 하루를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를 다시 묻게 해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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