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설렘, 무서움
나름 긴 시간일 거라 생각했던 임신기간은 출산이라는 끝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것은
육아라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했다.
산후조리원을 비롯해 아기옷, 손수건 등 출산과 육아를 위한 아기용품 준비에 빠진 건 없는지 최종점검을 했지만 경험이 없는 초산 엄마는 그저 아기를 돌보는 과정 하나부터 열까지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이 걱정은 커지면 커졌지 결코 작아지지 않아 나를 점점 자잘한 걱정이 많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출산가방도 미리 싸두고,
매일 가볍게 씻었지만 아가는 뱃속이 편한지 나올 생각이 없었고, 38주에 내진을 해본 결과 아기는 내려오지도 않았고, 속골반도 평균보다 좁아 아기가 더 커지면 자연분만은 힘들 거라는 선생님의 이야기에 서둘러 유도분만 날짜를 정했다.
임신 전부터 아가를 낳을 때는 자연분만으로 낳겠다는 생각이 확고했기에 나는 집에 와서 자연분만 성공을 위한 짐볼과 쪼그려 앉아 걸레질하기 등 임신기간 중 최고로 열심히 몸을 움직였고, 드디어 유도분만 예약 당일 새벽, 노력의 효과인지 양수가 새서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신랑과 함께 산부인과로 향했다.
분명 '이건 양수가 샌 거야'라는 직감이 있었는데, 양수가 아니라는 간호사 선생님의 진단으로 인해 자연 진통을 기다려보자는 담당 선생님의 의견대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담당 선생님이 아무래도 이상하셨는지 나를 급히 붙잡으셨고 재검사 결과 양수가 샌 게 맞다며 분만 준비가 다시 시작되었다.
오진으로 기껏 맞은 주사를 빼는 바람에 양쪽 팔에 주사를 찔렀지만 큰 문제없이 아기를 건강하게 만나게 되었으니 아찔하면서도 참 다행스러운 기억이다.
ps. 보통 아기를 낳는 시간은 친정엄마보다 빠르거나 비슷하다길래 첫째 출산 때 8시간 걸렸다는 엄마의 말을 기억하며 비슷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엄청난 오판이었다는 걸 그날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