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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우리 곧 만나

출산 D-day

by 반짝반짝 작은별


양수가 샌 게 확인되고, 분만준비가 다시 시작되었다.

옷을 다시 갈아입고, 반대쪽 팔에 다시 주사를 꽂고..


담당선생님은 진통이 오래 걸릴 것을 예상하셨는지 아기를 낳으려면 힘을 써야 하니 죽이라도 조금 먹고 편히 쉬고 있으라며 병실을 따로 잡아주셨다.

진통은 이미 시작된 상황이었지만 처음부터 세게 오는 게 아니라서 이때까지는 별생각 없이, 조금은 붕 뜬 기분으로 시간을 보냈다.


죽을 먹고 쉬고 있자니 조금씩 주기적으로 신경이 쓰일 만큼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고, 본격적인 출산을 위해 신랑과 함께 분만실로 향했다.

나는 속골반만 좁은 줄 알았는데 내진을 하시는 조산사 선생님들마다 하나같이 모양이 힘들겠다고 걱정을 하셔서 속으로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만 열심히 외쳐댔다. (나중에 둘째 낳을 때 들은 이야기지만 모양이 갈고리처럼 휘어져있다고? 하셨다.)

진통의 시간은 예상보다 훨씬 길었고, 가만히 누워있자니 지루해서 텔레비전을 틀어놓았지만 눈에 들어오지는 않아 어느샌가 잠이 들어버렸다.


그렇게 자다 깨다를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진통의 강도가 어마어마하게 세졌고,

대부분의 산모들이 걱정하는 관장과 무통주사는 진통으로 인해 정신없이 지나갔다.

생전 처음 등에 주삿바늘을 꽂자니(무통주사) 너무 무서웠지만 이걸 안 하면 더 아파야 한다는 더 큰 무서움으로 작은 무서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자궁문이 열리면 무통주사를 놔주시는데 데굴데굴 구르듯이 아프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해지는 마법의 주사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개인마다 효력시간이 달랐고 나는 고작 30분이었다.


무통주사를 연달아 맞을 수 없었기에 진통을 견뎌

두 번째 무통주사를 맞았지만

역시 30분이 고작이었고, 난생처음 겪어보는 시리도록 아픈 통증에 허리를 잘라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예상보다 훨씬 길었던 약 18시간의 진통으로 수술하고 싶다는 말이 목구멍 끝까지 차올랐지만 겨우 겨우 삼켜냈다.

이 모든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건 내가 임신했을 때 굳게 마음먹은 한 가지 때문인데, '나보다 세상으로 나오려는 아기가 더 힘들 테니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파이팅 해서 마지막에 수술방 들어가는 일 없이 웃으며 분만실에서 나오자!'라는 다짐이었다.

ps. 진통의 세기도, 시간도 개인마다 다르니 처음부터 너무 겁먹을 것 없다. 엄마랑 아기 모두 힘내서 무사히 출산하기 바란다!

양가에는 먼저 연락하기 전까지는 궁금해도 기다려달라고 미리 말해두자.

나는 힘들게 진통 중인데 신랑 동료나 지인, 양가 가족분들에게 아기 낳았냐고 연락이 계속 와서 점점 짜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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