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첫 만남
자궁문이 열리는 것과 비례해, 진통의 강도도 많이 세졌는데 빨리 아기가 안 내려오면
정말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신랑손을 붙잡고 짐볼을 탔던 내가 지금 생각해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에는 정말 너무 힘들고 아파서 수술해 달라는 이야기가 입 밖으로 튀어나가려는 욕구를 애써 목구멍으로 삼키며 이 악물고 짐볼을 탔다.
(사실 너무 힘들어서 조금밖에 안 탔다.)
하지만 무통의 효과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나는 나중에는 진통 속에 몸부림치다 진통이 끝나면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렸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이게 혹시 혼절이었나 싶다.
아기를 낳기 바로 직전에는 눈에 띄는 대로 낚아채고 싶다는 욕망이 불타올랐는데 바로 눈에 들어오는 신랑을 보는 순간, '아, 드라마에서 그렇게 산모들이 신랑 머리채를 낚아채더니 이거였구나' 싶었다.
돌이켜봐도 정말 정신없던 아찔했던 순간인데
그 와중에 신랑 탈모 걱정을 하다니 정말 많이 사랑하나 보다(?).
아기를 낳을 때가 다가오자, 선생님들이 굉장히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아기를 낳는 자세와 호흡법을 알려주시고, 구령에 맞춰 다리를 잡고 배에 힘을 주었다.
몸에 들어갈 힘이 남아있지 않았지만 지금 아기를 안 낳으면 내가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온 힘을 쥐어짜 냈고, 더 이상은 안 되겠는지 마지막엔 조산사 선생님이 내 위에 올라와 배를 꾹꾹 눌러 다소 험난하게 산삼이가 태어났다.
누군가가 굴을 낳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는데 정말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 물컹한 큰 덩어리가 쑤욱 나오는 기분과 함께 진통도 싹 사라졌고, 끝났다는 안도감과
벅찬 감동, 무엇인지 모를 여러 가지 감정이 올라와 소리도 못 내고 눈물만 뚝뚝 흘러내렸다.
차마 순산은 아니었던지라
조산사선생님께서도 안타까웠던지 고생했다며 토닥여주셨고, 탯줄을 자른 산삼이를 가슴품에 안겨주었다.
처음으로 서로의 체온과 심장소리를 느끼며
아기와 나는 빠르게 안정을 찾았고, 그렇게 나의 첫 아가는 지구별에 무사히 착륙했다!
ps. 이번에야말로 신랑의 눈물을 볼 수 있나 했는데, 조산사 선생님께서 찍어준 우리의
첫 가족사진을 보니 혼자만 웃고 있는 신랑 얼굴을 조금 꼬집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