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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출산 후유증

엄마는 위대하다

by 반짝반짝 작은별


아기가 쑤욱- 나오니 신기하게 허리를 끊어버릴 듯한 진통도 순식간에 끝이 났다.

온몸에 힘이 들어갔던 탓인지 열심히 후들거리고 있는 다리만이 힘들었던 진통의 순간을 기억해 주는 것 같았다.


후처치가 끝나고 입원실로 돌아왔을 때는 모두가 잠이 든 깜깜한 밤이었고, 거울을 보지는 못했지만

입고 있는 산모복은 피투성이에 걷지도 못하고, 아래가 많이 찢어져 얼음팩까지 얻었으니

아마도 막 험난한 전투를 끝내고 집에 돌아온 장군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다.

'분만실을 웃으며 나오지는 못했지만 울면서 나오지도 않았으니 다짐의 반은 성공인가?'

난산이었지만 아가도 건강하게 잘 나와주었고,

회음부가 많이 찢어졌지만 잘 회복하면 될 거라 생각해서 그때는 아무 변수 없이 무사히 산후조리원으로 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출산후유증으로 스스로 소변을 보지 못했고 인생 첫 소변줄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담당 선생님은 너무 힘들게 낳은 경우, 몸이 놀라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며 방광을 조금 쉬게 해 주면 금방 괜찮아질 거라 말씀하셨지만 몇 번을 시도해도 소변을 볼 수 없었고

계속 뺐다가 다시 찔러대는 소변줄의 반복되는 통증이 고통스러울 즈음, 친정 아빠가 그 아픈걸 여러 번 찔러 사람 잡는다며 뿔이 나셨었다.

아빠의 생각이 맞았는지 하루동안 계속 소변줄을 차고 충분히 쉬니 방광이 자기 기능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렇게 하루 늦었지만 무사히 산후조리원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분만 얘기가 나오면 나의 분만스토리가 어디 가서 빠지지 않을 만한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조리원에서 여러 산모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명함도 못 내밀만큼 엄청난 분만 스토리가 많았다.


물론, 순산한 이야기도 많았지만 긴박했던 출산 이야기들을 공유해 보니 출산전투를 마치고 온 모든 엄마들은 하나같이 위대했다!

'이렇게 조리원 전투애가.. 아니 동지애가 싹트는구나!'


ps. 엄마는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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