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파리 소동
아기와 함께 처음으로 우리 집에 도착한 날,
내 눈앞에 펼쳐진 날파리 월드는 절대 잊지 못할 사건으로 자리 잡았다.
아이를 낳으러 가기 전,
부른 배로 힘들게 청소하고, 미처 끝내지 못한 건 신랑에게 부탁을 했었다.
집을 깨끗한 상태로 유지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그런데, 가정적이고 다정하지만,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하는 재주가 있는 신랑이 사고를 쳐놓고야 말았다.
버려야 하는 자몽청이 있었는데 하수구에 버리고 물을 충분히 뿌리지 않은 상태로 나와 함께 조리원생활을 한 것이었다.
계절이 하필 기가 막히게 여름이었던지라 아기와 집에 와서 보니 변기며 싱크대며 날파리떼가 여기저기서 나를 반기고 있었다. (오...)
방법이 없어 결국 급하게 해충퇴치제를 뿌리게 되었는데 신생아를 집에 데려오자마자 화학약품을 온 집안에 뿌리게 되다니!
부엌에 아기 젖병과 물 끓이는 주전자도 있는데!
그 상황에 아기는 배가 고파 울고, 모유로는 한계가 있어 주전자에 분유를 타기 위해 물을 끓이는데
아기가 화학약품을 먹게 되는 건 아닌지,
공기 중에 섞인 화학약품이 기관지로 들어가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 오만가지 걱정이 다 되었다.
지금 끓이고 있는 게 물이 아니라 내 속인 것 같았다.
지금이야 이런 일도 있었다 라며 이야기하지만
당시에는 생각날 때마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 신랑에게 잔소리공격을 하기도 했다.
덕분에(?) 집에서 아기와 함께 보내는 잊지 못할
첫날이 뜨겁고 강렬하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