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 우울증
산후도우미 서비스는 조리원보다도 예약하기가 더 어려웠다.
맘카페 추천이 많은 여사님들은 이미 예약이 풀이었고, 몇 군데 전화를 돌린 뒤 인기 많고 꼼꼼하신 여사님을 보내주시겠다 약속한 업체와 계약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타깝게도 나는 도우미 여사님들과 잘 맞지 않는 성격이었다.
나만의 살림공식이 가득한 공간에 누군가의 손이 타는 걸 좋아하지 않는 데다가
여사님들은 여사님들대로 쌓아온 살림방식이 있어 본인의 방식을 고집하시니 내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
이 외에 자잘한 트러블도 문제였는데
제일 기억에 남는 두 가지는
내가 세탁망에 넣고 돌려야 하는 빨래를 그냥 돌려서 옷들이 엉망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망가진 것도 아니고 털어서 다시 빨면 될 일이고, 내 실수이니 내가 해결하면 그만인데 그분이 화가 나서 나를 혼내기까지 했어야 할 일이었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또 하나는 아기 분유를 먹이면서 자꾸 나를 보고 이야기하시다가 아기가 분유를 역류시키는 것도 제대로 못 보신 적이 있었다.
나는 불안한데 괜찮다며, 첫째 엄마라 그런 거라며 둘째, 셋째 있는 집은 이런 거 신경도 안 쓰신다고 내가 예민하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집집마다 육아하는 성향은 분명히 다르겠지만
이건 조심성의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첫아기를 낳고 가뜩이나 예민해져 있던 시기에 불안함까지 더해졌지만
하나하나 깐깐하게 따지거나 이모님을 바꾸면 아기한테 해가 갈까 봐 네, 네 하며 넘어갔고 그때마다 내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내가 가장 편하게 있어야 할 집으로 왔는데
마음이 불편한 생활이 계속 반복되니 눈물만 늘어 퇴근하고 집에 들어온 신랑만 보면 눈물부터 흘리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그땐 속이 많이 상해서 그런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산후우울증이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 신랑이 말하길, 사실은 그때 내가 너무 울어서 자기도 같이 우울증이 왔었다고 고백했는데
티 안 내고 나를 다독여준 신랑한테 미안하고 고마웠다.
(이렇게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주는 건가!)
비록 속은 불편하고 많이 울었지만 밥도 맛있게 차려주시고 나와 음악코드가 맞았던 도우미 여사님의 근무가 끝나던 날, 신랑과 나는 앞으로 우리끼리 헤쳐나가야 할 육아가 걱정이 되면서도 속은 굉장히 홀가분했다.
ps. 여사님들이 대부분 엄마뻘이라 고객이 아닌 딸처럼 대하셔서 발생하는 문제인 것 같다.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라 말해야 했는데
그땐 뭘 그리 어렵게 생각했는지, 마음도 많이 약해져 있었던 것 같다.
예비 엄마들 모두 출산 후,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회복하길 응원한다!
토닥토닥, 앞으로의 여정이 어마무시하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