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이킷 12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On the Map-지도 위의 인문학

메르카토르,세계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by Polymath Ryan Jan 30. 2025
아래로

메르카토르


16세기 플랑드르(현, 벨기에) 출신의 지도 제작자, 지리학자, 수학자, 철학자이다. 그도 폴리매스였다. 그는 지도에 단순한 지리적 정보를 담는 것을 넘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의 관점을 넓혔다. 그가 57세 때 그린 지도는 의심의 여지없이 경이로웠다. 지도는 수학적으로 정밀했고, 원대한 규모와 원대한 야망이 담겼다. 총 18장의 종이에 인쇄되어 크기는 약 2X1.25m로 거대했다. 그의 지도의 업적은 아리스토텔레스 시절부터 해결 못했던 지구의 둥근 형태를 어떻게 평평한 지도에 표현할까의 답을 준 것이다. 위도와 경도는 이론적 좌표여서 실제 항해사들은 곡선 위를 움직이고 있기에 필요가 없었다.


메르카토르는 이 어려운 문제를 아주 쉽게 풀어낸다. 테니스공을 가져다가 그 표면에 나라 몇 개를 그리고 반을 쪼갠다. 그것을 평평하게 펼치자 가운데 부분을 줄이고 가장자리는 늘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의 목적은 둥근 형태의 표면을 펼치는 과정에서 모든 장소가 다른 모든 장소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든 방향과 거리가 제대로 표현이 되고, 위도와 경도 또한 정확하게 표현한다였다.


메르카토르의 전기를 쓴 니콜라스 크레인은 그를 이렇게 말한다. '코페르니쿠스의 행성 이론만큼 시대를 초월하는 격자 체계를 창조했다. 그는 공간적 진실의 요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현대 지도의 아버지가 되었다'


세계를 보는 다양한 관점


메르카토르 지도 이후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그의 세계 지도가 출간된 순간부터 많은 지도 제작자들, 지리학자들이 수정을 하기 시작한다. 오늘날 구글까지...(구글은 메르카토르의 깔끔하고 대칭적인 직사각형들이 자신의 디지털 지도를 구성하는 픽셀화된 타일들에 완벽히 맞는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1745년 프랑스의 세자르 프랑수아 카시니 드 튀리는 '원통형 도법'으로 제안하고, 1855년 스코틀랜드 천문학자 제임스 골은 급진적으로 변형된 형태인 '입체 투영 원통형 도법'을 제안한다. 1970년대 중엽, 독일의 아르노 페터스는 아직도 논란이 되는 주장을 한다. 메르카토르의 지도는 저개발 국가들을 희생한 채 선진국들의 크기와 중요성을 과장되게 표현했다는 것이다. '지도학적 제국주의'와 '유럽 중심의 인종적 편견'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원통형 도법(일명 골-페터스 도법)을 제안한다. 이 논쟁은 2001년 미국 텔레비전 드라마 '웨스트 윙'의 한 에피소드에서도 다루기도 한다. 페터스 도법의 추종자들은 사회적 평등을 위해 메르카토르 지도 대신 페터스 지도를 모든 미국 학교가 사용 허가를 청원하는 장면이 방송되었다. 나름 지지를 받은 도법도 있었는데, 미국의 지도 회사 '랜드 맥낼리'의 아서 로빈슨은 메르카토르와 골-페터스 도법을 결합한 새로운 도법을 채택한다. 이때는 냉전이 한창이었는데, 소련을 매우 작게 그렸다. 이렇게 독특한 도법들은 여러 정치적 의제와 한계를 지니며 세계를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게 했다. 이런 수정 과정을 통해 인간과 세계를 연결하고 과학적 정확성과 철학을 담아내면서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렇게 수많은 도법들 중 누가 승자가 될까? 당연히 메르카토르!! 


500년 전 항해사들의 뱃길을 열었던 것처럼 오늘날의 디지털 세계에서 메르카토르의 존재감은 드러낸다. 구글 맵스만이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빙 맵스, 오픈 스트리트 맵 등이 메르카토르 도법을 사용한다.

16세기에 그려진 지도가 21세기에도 사용된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다. 16세기의 지도 제작 기술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기에 역사의 연속성과 문화 유산의 관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즉 단순히 하나의 기술의 성공을 넘어, 인류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지식과 문화를 진화시켜 온 방식을 볼 수 있다. 물론 메르카토르의 지도는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것의 지속적인 가치를 봐야 하며 모든 학문과 방법 등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봐야 한다. 완벽하지 않아야 이것을 재평가하고 새로운 관점을 찾으러 도전하며, 과거와 현재가 지속적으로 질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르카토르가 지도를 출간하고 12년 뒤, 기욤 포스텔은 '방위 등거리 도법'을 내놓는다. 바로 UN로고 속에 있는 지도다. 

UN 로고 - 방위 등거리 도법UN 로고 - 방위 등거리 도법


작가의 이전글 전쟁과 과학 그리고 평화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