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서 채칼로
고구마를 깎을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쓱쓱
나무 깎는 소리가 들리네"
식탁에 있던 오빠가
고개를 돌리며
이렇게 말했다
"아, 고구마 깎는 소리지
오빠 귀신이네"
"내가 귀가 좀 밝잖아"
"그건 그렇지
엄청 작은 소리도 잘 들으니까"
오빠는 정말 귀가 밝다
식탁 위에 숟가락 놓는 소리만 들려도
밥 먹을 때가 된다는 걸 알고
안방 침대에서 누웠다가도
벌떡 일어나 올 때가 많다
"오빠 그래서
엄마랑 같이 있는 게 좋아
엄마는 귀가 어둡고
오빠는 귀가 밝고
엄마는 눈이 밝은데
오빠는 눈이 조금 어두우니까"
아직도 힘이 좋은 엄마와
귀가 밝은 오빠는
6백만 불 사나이와
소머즈 같다고나 할까
악당을 물리치는 영웅처럼
서로에게 힘이 되는
환상의 짝꿍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