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와 보니
오빠가 감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있었다
"오빠, 온몸이 흙이네"
하얀색 티셔츠에는
온갖 먼지가 묻어 있었고
오빠는 조금 지쳐 있었다
대꾸할 힘조차 없는 듯했다
마치 하루 종일
뛰놀다 집에 들어온
흙강아지처럼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창고를 둘러보니
뭔가 만들려고 했는지
각종 연장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아, 오빠가 원래
만드는 걸 정말 좋아하지'
혼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나 좋아하던
건축일을 그만뒀고
운전도 그만뒀고
사람들과의 만남은
저절로 줄어들었다
몸이 아프고
다시 일을 할 수 있을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훨훨 자유롭게 살다가
몸이 꽁꽁 묶여버린 지금!
그러니
집안을 어지럽히거나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든다거나
옷에 흙이 묻는 것쯤이야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걸,
오빠도 예외가 아니란 걸
내가 잠시 잊고 있었을 뿐
오빠는 원래
손재주가 좋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