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소머즈와 6백만 불 사나이

by 작가의숲

부엌에서 채칼로

고구마를 깎을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쓱쓱

나무 깎는 소리가 들리네"


식탁에 있던 오빠가

고개를 돌리며

이렇게 말했다


"아, 고구마 깎는 소리지

오빠 귀신이네"


"내가 귀가 좀 밝잖아"


"그건 그렇지

엄청 작은 소리도 잘 들으니까"


오빠는 정말 귀가 밝다


식탁 위에 숟가락 놓는 소리만 들려도

밥 먹을 때가 된다는 걸 알고

안방 침대에서 누웠다가도

벌떡 일어나 올 때가 많다


"오빠 그래서

엄마랑 같이 있는 게 좋아

엄마는 귀가 어둡고

오빠는 귀가 밝고

엄마는 눈이 밝은데

오빠는 눈이 조금 어두우니까"


아직도 힘이 좋은 엄마와

귀가 밝은 오빠는

6백만 불 사나이와

소머즈 같다고나 할까


악당을 물리치는 영웅처럼

서로에게 힘이 되는

환상의 짝꿍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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